슈틸리케호의 플랜 B는 위력적이지 못했다. 손흥민(23·레버쿠젠)과 이청용(27·볼턴)의 공백이 크게 느껴진 한 판이었다. 1차전과 달리 수비 집중력도 떨어졌다. 보완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울리 슈틸리케(61·독일) 감독이 이끈 한국축구대표팀은 13일 오후 4시(한국시간) 호주 캔버라의 캔버라스타디움에서 열린 2015 호주아시안컵 A조 조별리그 2차전 쿠웨이트와의 경기에서 1-0으로 이겼다.승리를 위안 삼기에는 보완해야 할 점이 너무 크게 느껴진 경기였다. 쿠웨이트의 밀집 수비를 뚫기에 공격 삼각편대는 한없이 무뎠다. 자신감은 없었고 발은 무거웠다. 동료를 활용한 연계플레이도 찾아볼 수 없었다. 수비라인에서는 안정감이 떨어졌다. 집중력 저하로 상대 공격수를 놓치기 일쑤였고, 패스 미스로 위기를 자초하기도 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날 선발 명단에 대폭 변화를 줬다. 100%의 몸 상태를 갖춘 선수만을 내보낸다는 약속은 지켜졌다. 전술적 선택에 의한 플랜 B라기보다는 포지션별 구색 맞추기식에 가까웠다.오만과의 1차전에서 근육 경련을 일으킨 조영철(26·카타르SC) 대신 ‘중동 킬러’ 이근호(30·엘 자이시)가 원톱을 맡았다. 감기 몸살로 빠진 손흥민 대신 김민우(25·사간 도스)가 왼쪽 날개를, 정강이 뼈 실금으로 소속팀 복귀가 결정된 이청용(27·볼턴)의 오른쪽 자리는 남태희(24·레퀴야)가 꿰찼다.수비 라인에서는 김주영(27·상하이 둥야) 대신 김영권(25·광저우 에버그란데)이 장현수(24·광저우 푸리)와 함께 센터백 듀오를 이뤘다. 컨디션이 전부는 아니었다는 점이 여실히 드러났다. 한국은 전반 45분 동안 2차례의 슈팅밖에는 날리지 못했다. 전반 36분 남태희의 선제 헤딩골이 터지기 전까지 한국은 쿠웨이트의 밀집 수비를 뚫어내지 못했다. 전반 30분 이근호가 시도한 슈팅이 한국의 첫 슈팅이었다. 김민우의 침투패스를 받아 골키퍼와 일대일로 맞서는 상황에서 칩샷을 날렸지만 선방에 막혔다. 측면 공격수들이 수비를 끌고 다니며 공간을 창출해야 나머지 공격수들의 슈팅 기회가 생기는데 그러지 못했다. 무리한 드리블 돌파로 뺏기거나 눈에 보이는 패스로 수비수들에게 막히기 일쑤였다.특히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 전문 남태희에게 측면 미드필더는 맞지 않는 옷과 같았다. 골 장면도 중앙으로 쇄도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차두리가 올린 크로스를 가운데에서 헤딩으로 마무리했다.김민우에게는 역습시 손흥민과 같은 폭발적인 스피드가 나오지 않았다. 슈틸리케 감독은 후반전 시작과 함께 교체 카드를 꺼내들었다. 전반 내내 보이지 않았던 이명주(25·알 아인)를 빼고 조영철을 오른쪽 미드필더로 배치했다. 남태희는 이명주가 빠진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에 들어갔다. 쿠웨이트가 만회골을 넣기 위해 라인을 끌어올리면서 한국의 패스플레이도 살아났다. 상대적으로 패스 공간이 생기면서 선수들도 자신감을 찾아갔다. 슈팅도 자연스레 늘었다.하지만 후반전에는 수비쪽이 문제를 드러냈다. 후반 4분 김영권은 상대 알리 마크시드에게 노마크 슈팅 찬스를 허용했다. 골대를 강타해 골로 연결되지는 않았지만 들어 갔어도 할 말이 없을 정도였다.후반 14분에는 장현수가 쿠웨이트의 마크시드를 놓쳐 상대에게 위협적인 슈팅 기회를 내줬다. 후반 33분에는 중앙 수비 2명이 밀집된 공간에서 상대 알 무타와에게 힐킥을 허용했다. 파상 공격에 흔들리며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역력했다.이겼다는 데에 만족하기에는 내용이 초라했다. 경기를 더해가면서 맞춰갈 것이라는 슈틸리케 감독에게 신뢰를 보내기에는 플랜 B가 A에 비해 무게감이 많이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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