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폭력의 심각성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요즘, 여성 지킴이로 불철주야 노력하는 단체가 있어 주위의 귀감이 되고 있다. 바로 ‘대구 여성의 전화’가 그곳.‘대구 여성의 전화’는 여성폭력 문제와 관련, 문제제기를 하고 나아가 피해를 입은 여성들을 지원하는 곳이다. 또 성폭력상담소, 가정폭력상담소 등 여러 부설기관을 통해 폭력피해 여성들의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대구 여성의 전화 송경인 사무국장은 “아직도 보수적인 성향이 깔린 대구·경북 일대는 폭력에 떨고 있는 여성들이 많이 있다”며 “대구 여성의 전화는 폭력으로부터 피해를 입은 여성을 보호하고자 활동하는 여성인권운동단체다”고 말했다.◆ ‘어울림’… 대구 여성의 전화가 전하는 따뜻함군부독재시절이었던 1980년 초·중반 시절은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이 있었을 뿐 여성의 인권문제는 사람들의 관심 밖이었다. 특히 남아선호사상이 강했던 대구·경북 일대는 다른 어느 지역보다도 여성들의 기가 위축된 곳이기도 했다.대구 여성의 전화는 당시 이런 사회적 문제에 통감했던 대구 일대 여성 교수들이 모여 지난 1987년 초 탄생시킨 단체다. 이들은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았던 여성인권을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여왔다.한편 대구 여성의 전화는 한국 여성의 전화로부터 파생된 지역 단체다. 이들은 여러 폭력으로부터 노출된 여성들을 돕기 위해 여성관련 단체들과 함께 다방면의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이런 노력에 의해서일까. 1990년대 초 국내에서도 페미니즘 열풍이 번지게 됐고 당시 대학생이었던 송 국장은 주위 또래들과 여성인권 성장을 위해 노력하다 대학 졸업 후 우연한 기회에 대구 여성의 전화에 몸담게 됐다.송 국장은 “페미니즘 열풍이 한참이었던 1990년대 초 대학을 다니게 된 것이 자연스럽게 여성주의를 접하게 된 계기였던 것 같다”며 “졸업 후 여성주의에 대한 공부를 해오다 여성의 전화 회원으로 활동하게 됐고 이후 활동가로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고 말했다.◆ 대구 여성의 전화는 어떤 곳?대구 여성의 전화를 한마디로 말하면 여성폭력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지원하는 여성인권운동단체다.성폭력상담소, 가정폭력상담소, 쉼터 ‘이다음’이 부설기관으로 운영 중이고 성교육센터, 여성주의 상담위원회 등을 통해서도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이들은 피해여성과의 직·간접적인 상담(전화상담, 면접상담, 일대일 법률상담, 의료지원, 인권지원 등)을 통해 필요한 지원을 하고 있다.대구 여성의 전화는 타 여성단체와는 다른 점이 있는데 바로 여성주의 상담을 한다는 것이다.여성주의 상담이란 △젠더의 사회적 구성에 대한 관심 △여성과 다른 종속적 집단을 불리하게 하는 사회의 권력구조에 대한 관심 △모든 여성의 경험에 대한 가치부여 △모든 여성의 경험에 대한 가치부여 △사회변화의 주장 등을 뜻한다.이를 간단히 정리하면 여성주의 상담은 ‘사회의 성차별 문제를 자각하고 여성차별 철폐와 성 평등한 사회 건설을 위해 노력하는 여성주의 적 가치체계에 근거한 상담’이며, 여성주의 상담가는 ‘여성주의 적 가치체계에 부합하는 상담 접근을 선택하는 사람’을 말한다.송 국장은 “여성주의 상담에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단순히 상담 이론이나 기법에 관한 해석이 아니라 그동안 남성중심의 가부장적 사회에서 소외된 여성을 ‘여성의 눈’으로 새롭게 바라보는 전환된 가치관이다”며 “대구 여성의 전화는 상담과 관련해 적응이 아니라 변화를 추구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웃음 꽃이 만발한 대구 여성의 전화송 국장은 활동가로 활동하면서 가장 뿌듯한 일을 무엇보다 피해자 등이 여성의 전화를 통해 힘을 얻고 자신의 삶 속에서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갈 때라고 손꼽았다.대구 여성의 전화는 회원단체로 상담을 통해 피해 여성이 누구에게도 나누지 못한 가슴 속 이야기들을 전하고 이로써 활동가와 함께 성장한다는 것이다.이런 이유로 대구 여성의 전화는 많은 피해여성들의 웃음 꽃이 만발하는 곳이다.송 국장은 여성운동과 관련해 큰일에서만 비롯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런 일들도 중요하지만 사소한 일상의 나눔과 지지도 여성운동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했다.송 국장은 “사회구조적 문제와 함께 개인의 성찰과 성숙도 함께 이뤄져야 더 좋은 세상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면에서 대구 여성의 전화는 이 두 바퀴를 잘 굴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 여성의 전화 “이렇게 이끌겠다”송 국장은 대구 여성의 전화를 이끌기 위한 앞으로의 계획을 ‘전문성 강화’에 둔다고 했다.체계적인 지식을 통해 지역에서 발생하는 여성폭력 문제를 외부에 좀 더 상세히 그리고 활발히 열려질 수 있도록 하는 주춧돌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또 여성주의를 생각하는 젊은 여성들과의 지식 교류도 앞으로의 계획 중 하나다.이미 지난해부터 지역의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20대 소모임을 결성해 운영 중에 있다.송 국장은 이들을 통해 여성주의의 의미, 필요성 등을 일리며 이들과의 생각을 나누고, 공감하고 있다.송 국장은 “21세기를 사는 젊은 여성들에게 ‘성과 사랑, 외모와 취업’ 등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그녀들의 고민을 함께 나누고 싶었다”며 “그래서 향하 다음 세대 여성들과 좀 더 많이 함께 소통하는 대구 여성의 전화로 이끌려고 한다”고 자신의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