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송도국제도시의 한 어린이집에서 지난 8일 발생한 어린이 폭행 사건의 파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보육교사의 무자비한 손찌검에 네 살배기 여자어린이가 나가떨어지는 충격적인 영상에 온 국민이 치를 떨고 분노의 목소리가 퍼져나가자 정부와 정치권이 다투어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마치 들끓는 분노의 목표가 될 것을 두려워하는 듯이. 새누리당은 아동학대근절특위를, 새정치민주연합은 ‘아동학대 근절과 안심보육대책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한다. 경찰청은 아동학대전담팀을 구성해 전국 5만여개 어린이집·유치원을 대상으로 전수조사에 들어간다고 한다. 어린이집 폐쇄 요건과 학대 교사·원장 처벌을 강화하고 유명무실한 평가인증제도도 개선한다. 부모의 어린이집 운영참여, 보육교사의 자격요건과 교육 강화 등 과거에도 나왔던 내용과 유사한 것들, 최근 언론에서 제기된 것들이 다 포함됐다. 발표대로만 된다면 걱정 없겠다. 하지만 믿어지지 않는다. 세월호사건 터진 뒤도 그랬다. 보따리 풀 듯 대책을 쏟아냈지만 실천한 것은 몇 가지나 되나. 아동학대가 사회적 문제가 된 것이 언제 적 일인가. 아동이 폭행당하는 사건이 터질 때마다 “아동학대를 뿌리 뽑겠다”며 야단법석을 떨었지만 그때뿐 시간이 지나면 용두사미로 사라졌다. 어린이집에 CCTV설치를 의무화한다지만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이 나온 건 무려 10년 전이다. 그 뒤 거의 해마다 국회에 제출했지만 새누리당 신경림의원, 새정련 김성주-남인순의원이 대 놓고 반대해 무산시켰다.(조선일보) 관련업계의 보모역할을 한 것이다. 사회의 걸림돌은 언제나 국회였다. 어린이집은 이제 어린이들의 천국이 아니라 지옥이다. 2013년 확인된 아동학대의 8.7%(591건)가 양육시설에서, 이 가운데 202건이 어린이집에서 발생했다. 물론 대다수 보육교사가 월 140만원대의 박봉에 10시간 이상 일하는 열악한 환경에서 묵묵히 봉사하고 있다. 애당초 보육교사를 해서는 안 될 자격 미달인 소수의 사람들이 어린아이를 때리는 어처구니없는 짓을 잇달아 저지르는 게 문제이긴 하다. 전국에 세금이 지원되는 어린이집이 4만4000여 개나 된다. 내 자녀가 다니는 어린이집에서는 이런 일이 없는지 부모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이번 폭행사건도 실내에 설치된 CCTV가 아니었으면 묻힐 뻔 했다. 보육교사들은 CCTV 설치를 자신들에 대한 인권침해라고 주장하지만, 자신의 의사를 잘 표현하지 못하는 어린이들의 인권은 어쩔 셈인가. 현재 전국 어린이집 내 CCTV 설치률은 5곳당 1곳 비율 정도이다. 대다수 어린이집에서는 아이들에 대한 폭행사실을 입증할 도리가 없는 사각지대에 방치됐다. 아동학대를 방지하려면 CCTV설치를 어린이집 허가조건으로 삼아야 한다. 어린이집 보육교사 양성을 정부가 맡아야 한다. 자격증발급을 한국보육진흥원이라는 민간기구에 맡긴 정부의 안이한 태도가 사건의 근인(根因)이다. 문제의 여교사도 인터넷 강의를 듣고 보육교사자격증을 땄다고 하니 개가 웃을 일이다. 심지어 어린이집 평가인증도 이 기구가 담당하고 있다. 말썽이 난 어린이집이 지난해 100점 만점에 95.36점을 받아 ‘안전하고 평화로운 어린이집’으로 평가받았는가 하면 지난해 12월 보육교사가 낮잠을 자지 않는다는 이유로 두 살배기를 내동댕이쳐 문제가 된 인천의 어린이집도 전국 평균보다 높은 94.33점을 받았다. 이걸 정부평가로 발표해 온 보건복지부 장-차관에게 이번 사건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어린이집 아동학대 방지대책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폭행을 저질러도 해당 교사가 대부분 집행유예로 풀려나는 일이 반복된다면 어린이집의 아동학대는 계속될 것이다. 한 번의 폭행으로도 영원히 퇴출시키고, 사고 친 어린이집원장이 딴 동네에서 어린이집을 운영하지 못하도록 딱 부러지게 제도화해야 한다. 정부는 대책을 입으로만 떠들게 아니라 어린이집이 어린이 지옥이 되지 않도록 실천에 옮겨야 한다.차욱환 본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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