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길러졌던 개들은 어떤 종류의 개들일까?스패니얼이나 마스티프 계통의 개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우리나라에서 뿌리내리고 있던 품종이었다. 진돗개에 이어 우리나라의 토착견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북한의 풍산개가 그렇고, 티베탄 스패니얼도 오래 전부터 발바리라는 이름으로 우리나라의 고관들의 댁에서 사육되고 있었다.원래 스패니얼은 중국을 거쳐 영국으로 건너가서는 페키니스란 이름이 붙기도 했고, 우리나라를 거쳐 일본으로 건너간 것들은 재패니스 찡이 됐다.이 사실을 뒷받침하는 것으로는 몇 점의 그림이 전하는데, 한때 단원 김홍도 작으로 알려졌던 작가 미상의 ‘맹견도’를 보면 북방의 대형견 마스티프가 쉽게 연상되고 오원 장승업의 그림에 묘사된 개 그림을 보면 재패니스 찡이나 티베탄 스패니얼과 아주 흡사함을 발견할 수 있다.조선시대 화가 중에서 16세기 때 사람 이암은 ‘모견도’ 라는 그림에서 세 마리의 새끼에게 젖을 먹이고 있는 바둑이를 그려 남기고 있다. 이어서 18세기에 이르러서는 경암이라는 화가가 남긴 ‘응수도’라는 그림에 진돗개와 닮은 검정개가 그려져 있다.조선 영조시대 남리 김두량에 앞서, 조그마한 그림이지만 이경윤이 나무 아래서 긁적이는 개를 그린 ‘긁는 개’가 잘 알려져 있고, 조선말기의 백은배가 그린 같은 자세의 개 그림도 있다.영조의 총애를 듬뿍 받았던 조선시대의 거장 김두량의 ‘삽살개’ 그림은 국내 애견계는 물론 학계를 발칵 뒤집어 놨다. 김두량의 수묵담채인 ‘삽살개’ 고서화에 나타난 삽살개는 털이 그리 길지 않고 눈이 날카롭게 올라간 우리 고유의 삽살개 품종을 그대로 보여 줬다. 게다가 화첩에는 삽살개 ‘방’자가 보기 좋게 쓰여 있어 한 눈에 봐도 삽살개의 그림임을 알 수 있다. 작가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조선시대의 민화 중 ‘문배도’로 그려진 개 그림도 기억해 둘 만하다. 이렇게 전해 오던 우리나라의 개들은 한일합방을 전후로 개화의 바람이 불면서 소위 외래견들과 접촉이 잦아져 점점 잡종화되고 말았다. 여기에 당시 서양개 사육 바람이 든 일본인들에 의해 잡종화는 더욱 심화됐다. 그러나 사람이 많은 육지와는 달리 외딴 섬지방인 진도나 거제도, 제주도, 완도 등지에서는 종자 보존이 비교적 잘 됐고, 섬 지방은 아니지만 산악지대인 개마고원 일대 함경남도 풍산군(지금의 김형권군)에는 사냥에 능하고 용맹한 풍산개가 잘 보존되고 있었다.한편 진돗개나 개마고원 지역의 풍산개는 일제 강점기인 1938년과 1942년에 각각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바 있고, 거제도의 사냥개와 완도의 해남개는 지금에 이르러서는 그 원형을 찾을 길이 없게 되고 말았다. 다행스럽게도 오수개는 복원운동을 통해 전북 임실 오수의 오수개가 새롭게 탄생하게 됐고, 제주도 축산진흥원에 의해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제주개도 충분한 연구를 거친 후 천연기념물로 지정 보호해야 할 것이다.윤신근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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