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은 뿔이 있으면서 멋대로 굴지 않고 다 갖추고 있어도 쓰지 않으니 인(仁)을 좋아하는 사람과 같다. 잡아도 소리 지르지 않고 죽여도 울지 않으니 죽음으로써 의(義)를 지킨 사람과 같다. 어미의 젖을 먹을 때는 반드시 무릎을 꿇고 받아먹으니 예(禮)를 아는 사람과 같다” (춘추번로·春秋繁露)양은 순하고 침착하며 욕심이 없다. 위기를 느낄 때도 뿔로 받는 척만 할 뿐이다. 누구를 괴롭히지도 않는다. 이 같은 양의 특성은 사주팔자에 양이 있는 남녀에게서도 마찬가지다. 양은 무리를 지어 살면서도 동료간 우위를 다투거나 암컷을 독차지하려고 탐욕을 부리지 않는다. 간 길로 되돌아오는 고지식한 성질도 있다. 제 아무리 못된 시어머니여도 양띠해에 손녀를 낳은 며느리를 타박하지 않는다.20세기 전 우리나라에서는 양을 거의 볼 수 없었다. 한국문화에서 말하는 양은 현재의 면양(緬羊·綿羊)이 아니라 산양(山羊) 혹은 염소다. 산양과 염소는 goat, 면양은 sheep이다. 산양은 고(羔), 고양(羔羊), 하양(夏羊), 염우(髥牛), 력(羊歷) 등으로도 표기됐다. 양의 외형과 습성, 생태는 상서로움(祥), 착함(善), 아름다움(美), 희생(犧), 옳음(義), 맛있음(味) 등 좋은 의미의 글자에 반영됐다. 이러한 특성들은 상징화돼 생활문화 속 길상(吉祥)의 소재가 됐다. 동자가 흰 양을 타고 있는 ‘기양동자도(騎羊童子圖)’, 왕실 제사에 사용한 ‘양정(羊鼎)’이 보기다. 불교를 수호하는 신장으로 벽사의 힘을 지니고 있다는 ‘미신발이라대장(未神跋伊羅大將)’도 양꼴이다. 조선시대 의장기로 쓴 6정기(六丁旗)의 하나인 ‘정미기(丁未旗)’의 아래에는 양 머리, 가운데에는 액을 막아주는 부적그림이 있다. 주로 임금 어가나 국장에 사용됐다. 조선 후기 ‘신선도’에는 재물과 복을 주는 신선과 함께 양이 등장한다.성경에 맨 처음 나오는 동물도 양이다. 양이 500회 이상 인용된다. ‘99마리 양을 두고 잃어버린 한 마리 양을 찾아 헤맨다’는 구절을 비롯, 예수 자신이 목자이며 예수가 짚고 다닌 지팡이가 바로 양몰이용이라는 설이 있다. 독일의 그림 동화에는 늑대와 양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늑대가 양 목장에서 자주 양을 물어간다. 어미 양이 나들이 가면서 새끼 양들에게 늑대가 오면 문을 열지 말라고 이른다. 새끼 양들이 문을 열지 않자 늑대는 방앗간에 가서 손에 하얀 밀가루를 바르고 어미 양의 목소리를 흉내내 결국 집안으로 들어온다.‘ 우리나라의 ‘호랑이와 오누이’와 비슷한 스토리다.진짜 을미년은 2월4일 입춘 또는 2월19일 설날부터다. 언어학자 박대종 소장은 “전통적인 을미년 양띠의 시작은 2015년 2월4일 입춘일이 옳다. 그것도 정확한 입춘 시각은 2015년 2월4일 12시54분이므로 이전에 태어난 아이는 갑오년생, 곧 말띠다. 12시54분부터 2016년 입춘일 2월4일 18시47분 사이에 태어난 아이는 을미년생 양띠가 된다”고 설명했다.신동립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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