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랄 총량의 법칙’이라는 말이 한 때 유행했다. 사람마다 살면서 평생 동안 해야 할 ‘지랄’의 총량이 정해져 있다는 말이다. 법학자 김두식 경북대 교수가 80여 편의 국내외 영화, 드라마, 다큐멘터리를 인용해 유쾌하게 풀어낸 인권 이야기 ‘불편해도 괜찮아’에 나오는 말이다. 사춘기 시절에 제대로 지랄을 하지 않으면 나이가 들어 하게 되니 너그러운 마음으로 받아주라는, 일종의 ‘사춘기 자녀 대처법’ 지침서다. ‘지랄총량의 법칙’은 청소년인권을 다룬 제1장에 나온다. 지인이 저자에게 들려준 이야기, 어느 날 갑자기 “엄마 아빠 같은 찌질이로 살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빗나가기 시작한 중학생 딸 때문에 고민하는 내용이다. 모든 인간에게는 일생 쓰고 죽어야 하는 ‘지랄’의 총량이 정해져 있다는 저자의 충고에 따라 생각을 바꿨더니 마음이 편해지더라는 내용이다. 하지만 내 자식의 일이 되고 보면 한번은 겪어야할 일이라면서 ‘지랄’을 마음 편히 보고 있기 어렵다. 부모입장이 되면 순종적인 자녀를 귀하게 여긴다. 자식이 뼛속까지 순종적이어서 죽자 사자 열심히 공부하고, 불량친구들은 거들떠보지도 않으며, 몰래 음란동영상을 보기는커녕 게임조차 안 하는 모범생이라면 효자 중에 효자다. 더구나 명문대학에 들어가고 고시까지 쉽게 패스해 준다면, 졸업과 동시에 근사한 직장에 들어가고 멋진 짝을 만나 결혼까지 한다면 천복과 지복, 인복을 다 끌어안은 가정일 것이다.그러나 자녀는 언젠가 한 번은 변한다. 이르던 늦던 한번은 겪는다고 저자는 말한다. 엄마 말이라면 껌뻑 죽는 시늉이라도 하던 자녀가 싹 변한다. 저자의 말처럼, 천하에 없던 착한 내 아들이 여우같은 년을 만나서 괴물이 돼 버린 때문이다. 아니면 늑대 같은 신랑을 만나 부모도 몰라보는 딸로 변했던가. 저자의 처방은 어렸을 때부터 부모에게 반항도 하고 사고도 쳐 보라고 한다. 그렇게 어린 시절부터 불효자 노릇을 한 뒤에라야 “천하의 불효자식이 장가들더니 사람 됐네” 하는 말을 듣게 된다는 말이다. 하지만 삐딱해지기 시작해서 딴 사람으로 변했는데 돌아오지 않을 때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터키와 시리아 접경지역에서 실종된 한국인 남자 김군(18) 때문에 세상이 시끄럽다. 자진해서 시리아 일부지역을 장악한 IS에 가담한 것이 사실일까. 김군은 초등학교를 졸업 후 학교를 다니지 않고 있다가 지난 8일 홍모씨(45)와 함께 터키에 입국한 뒤 이튿날 시리아와 이웃한 국경 지역인 킬리스로 가 호텔에 투숙했다. 그리고 실종 당일 숙소에서 차로 25분 정도 달려 베시리에 시리아 난민촌부근에 도착한 것도 확인됐다. 이후 행적이 묘연하고 국경통과 기록도 없지만 시리아로 넘어갔을 공산이 크다고 한다.김군은 트위터로 “이제는 남자가 차별받는 시대. 페미니스트가 싫어 IS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또 “IS에 가입하고 싶다”며 가입 방법을 물어와 IS는 터키로 와서 접촉하라고 알려줬다는 관계자의 증언도 있다. 김군의 글이 3개월 이상 인터넷에 공개됐는데도 공안당국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걱정스러운 것은 김군의 SNS 팔로워가 급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불과 이틀 전 수십 명 수준이었으나 22일 밤에는 400명을 넘어 섰다. 대부분 테러에 반대 의견을 보이거나, 호기심으로 접속한 사람들이지만, IS가담 의사를 밝힌 경우도 있다. “IS의 일원이 되고 싶으니 가입하는 법을 알려 달라”는 내용을 IS 측 인사에게 보냈는가 하면 “나는 16세 한국 남성이다. 세상이 싫다. 행동하길 원하는데 방법을 모르겠다”는 아랍어 메시지도 있다니 큰일 아닌가. 사태가 심각해지자 당국이 IS조직원 모집 관련 게시물부터 차단했다. 하지만 완벽한 차단이 어렵다고 하니 큰일이다. 또 다른 김군이 등장하는 것을 막으려면 청소년들과 부모들이 IS의 실체와 잔혹성을 알도록 해야 한다. 특히 ‘은둔형 외톨이’가 위험하다. IS가담은 평생에 한번쯤 겪고 가야하는 ‘지랄’이 아니다.차욱환 본지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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