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오후 2시께 친구를 만나고자 서울에서 대구를 찾은 강형섬(28·서울 서초동)씨는 중구 성내2동 ‘근대路의 여행’ 코스를 돌던 중 큰 낭패를 겪을 뻔했다. 점심을 먹은 게 잘못됐는지 배가 심하게 아팠으나 건물마다 잠겨있는 화장실에 한동안 곤욕을 치렀기 때문이다. 인근에 있는 백화점을 물어물어 겨우 용변을 해결한 강씨는 ‘대구’란 지역명만 들어도 고개를 내두른다.#지난달 30일 오후 7시 20분께 ‘김광석 길’을 보고자 마산에서 대구를 찾은 이명주(여·22·봉암동)씨는 방천시장 내 한 음식점에 기분이 크게 상했다. 서민의 일상을 음악으로 표현했기에 김광석을 좋아했던 이씨지만 방천시장 내 음식점들 대부분은 高價의 음식들로 나열돼 있어 원치 않는 저녁식사를 하게 됐기 때문이다. 이씨는 김광석이 가지고 있던 뜻을 오히려 대구가 헤치고 있다고 주장했다.관광도시로써 입지를 다지려는 대구가 관광지로써의 준비는 허술해 대구를 찾는 관광객들로부터 쓴 소리를 듣고 있다. 팔공산 일대를 제외한 상당수의 관광코스가 ‘길’로 구성돼 있는 반면, 화장실 등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서민들의 애환을 노래한 ‘김광석’의 흔적을 담은 ‘김광석 길’도 각종 프랜차이즈로 과거의 흔적을 찾기 힘들다.지난달 31일 오전 11시께 경상감영공원 인근의 ‘제1코스 경상감영달성 길’은 코스를 걷는 내내 한약 등을 판매하는 상가들만 보일 뿐 관광객을 위한 편의시설은 단 1곳도 보이지 않았다. 특히 관광객의 용변해결을 위해 당연히 있어야 할 화장실은 어디에서도 찾기 힘들었다. 곳곳에 위치한 지하철역과 도서관 등을 제외하곤 길에다 용변을 해결할 정도였다.동성로 등 시내도 상황은 마찬가지.‘개방화장실’이란 안내표지가 전혀 부착돼있지 않아 중앙로역과 반월당역을 제외하고는 화장실 찾기가 힘들다. 프랜차이즈의 일부 화장실을 이용할 수는 있지만 안내표지가 전혀 없어 관광 온 외국인이나 나이가 있는 어르신의 경우 놓칠 우려가 있었다.그나마 이곳은 상황이 나은 편이다. 중구를 제외한 다른 지자체 일대는 지하철역과 관공서를 제외하곤 ‘개방화장실’을 찾기가 하늘에 별따기처럼 어렵다. 건물마다 화장실이 마련돼 있긴 하지만 모두가 잠겨있어 식당 등을 이용할 때 빼고는 화장실을 이용할 수가 없는 실정이다.해마다 관광객이 급증하고 있는 ‘김광석 길’도 ‘바가지’를 씌우는 식당들로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옥외 가격표시제가 의무화돼 있음에도 이를 지키지 않아 많은 관광객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식당을 이용하고 있다.이날 오후 8시께 ‘김광석 길’ 옆 방천시장은 옛 정서가 담긴 ‘네온사인’들로 분주했다.파전과 고기를 전문으로 판매하는 많은 식당들이 관광객들의 눈길을 유혹하고 있었다.그러나 이들 식당 중 외부에 음식가격을 표시한 곳은 드물었다. 실제로 삼겹살을 먹고자 D식당에 들어갔으나 밑반찬 등의 진열이 끝난 뒤 내민 것은 1인분에 2만원에 가까운 ‘한우’로만 구성된 메뉴판이었다.그것도 손님은 안중에 두지 않은 채 3인분 이상만 주문을 받아 울며 겨자 먹기로 주문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D업소 사장은 “우리는 가격이 맘에 안 들어 손님이 나가겠다고 해도 붙잡지 않는다”며 “요즘 시대에 이 정도 가격은 공짜나 마찬가지다”고 말했다.그러나 이 식당을 이용한 한 손님의 경우는 말이 달랐다.포항에서 왔다는 손님 L(42)씨는 “아내가 김광석을 좋아해 시간을 내서 이곳에 왔지만 막상 저녁을 먹자니 어느 곳도 마땅치 않았다”며 “더욱이 이곳은 세팅을 다 해 놓고 메뉴판을 준데다 3인분 이상만 주문을 받는다고 해 ‘바가지’를 받은 느낌”이라고 불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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