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 반 동안 준비해 온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안을 백지화 한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과 청와대가 여론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이유는 연소득 500만원 이하 지역가입자 27%의 건강보험료 부담을 경감하는 ‘하후상박’ 개편을 추진하다 발표 직전에 백지화 한 때문이다. 국민들의 대다수가 개혁 방향에 동감하는데도 정부가 일부 부유계층의 반발에 무릎을 꿇은 때문이다.보건복지부가 지난 2013년 7월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선 기획단을 발족해 1년 6개월 이상 검토해온 개편안에는 45만명 정도의 고소득 직장인과 종합소득이 있는 피부양자의 부담을 늘리는 대신 수입이 없거나 저소득층인 지역가입자들 602만명 가량의 건보료 부담을 줄이는 개혁안이 담겼다. 개혁안에 따르면 소득 상위 1.5-6% 그룹은 건보료가 오르는 반면 저소득 자영업자 등 지역가입자 27% 정도는 부담이 줄어들게 된다. 근로소득으로만 생활하는 직장가입자는 사실상 건보료 부담분이 바뀌지 않는다. 특히 ‘최저 보험료 제도’는 정액 형태로 부과해 소득이 낮은 지역가입자의 건보료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이 제도를 실제 도입하면 생활고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송파 세 모녀의 월 건보료는 월 5만140원에서 1만6480원으로 줄어든다. 이처럼 좋은 개혁안을 발표 전날 없던 일로 해 버린 것이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달 28일 “올해 안에는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선안을 만들지 않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비판의 목소리가 물끓듯하자 29일 청와대가 나서 “백지화가 아니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언제쯤 본격 추진한다는 일정도 없는 상태여서 믿음이 가지 않는다. 올해를 넘기면 내년은 총선거가 있다. 물 건너 갔다는 말이 설득력 있게 들린다.건보료는 지역과 직장에 따라 부과형식이 달라 형평성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실례로 5억원이 넘는 재산과 연 2300여만원의 연금소득이 있는 실직자는 직장가입자인 아내나 자녀의 피부양자가 되면 건보료를 한 푼도 내지 않는다. 반면 반지하 셋방에서 힘겹게 살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송파 세모녀’는 매달 5만원이 넘는 건보료를 낸 것이 극명한 자료이다. 근로소득 외에 임대-사업-금융 등 종합소득이 있는 고소득 직장인과 고소득 피부양자가 평균 10만-20만원의 건보료를 더 내는 개선안을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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