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문턱에 들어선다는 입춘이 내일 모래이다. 새로운 해의 시작을 의미하는 이날에는 모든 행복을 나타내는 글귀를 대문이나 기둥, 대들보, 천장 등에 써 붙이는데 이러한 풍습은 오늘날에도 행해지고 있다. 다만 상중에 있는 집에서는 하지 않는다. 입춘은 새해를 상징하는 절기로서, 이날 여러 가지 민속적인 행사가 행해진다.그 중 하나가 입춘첩(立春帖)을 써 붙이는 일이다. 이것을 춘축(春祝), 입춘축(立春祝) 이라고도 하며, 각 가정에서 대문기둥이나 대들보, 천장 등에 좋은 뜻의 글귀를 써서 붙이는 것을 말한다. 입춘 날 대문이나 집안 기둥에 ‘입춘대길(立春大吉)’ ‘건양다경(建陽多慶)’ 같은 입춘첩(立春帖)을 써 붙인다. 여기에는 한 해의 무사태평과 농사의 풍년을 기원하는 뜻이 담겨 있다. 더불어 어둡고 긴 겨울이 끝나고 봄이 시작되었음을 자축하는 뜻이기도 하다.올해의 입춘은 2월 4일. 봄에 들어섰다고 하나 아직은 겨울을 지나가는 중이다. 대구의 낮기온은 섭씨 5-6도이지만 체감온도는 한 겨울 그대로이다. 그런 중에도 볕바른 남향에 매화꽃 망울이 빨갛게 부풀었다. 대지는 아직 얼어붙어 있어도 천지만물에 봄기운이 돌고 앙상한 가지마다 파릇파릇 봄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 입춘절의 모습이다. 하지만 우리들의 세상살이는 엄동설한의 한 가운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할 만큼 했는데 지쳐서 그런다. 내가 죽더라도 언니는 좋은 시설보호소에 보내주세요. 장기는 다 기증하고 월세 보증금도 사회에 환원하길 바랍니다.” 혼자서 아르바이트를 해가며 지적장애인 언니를 보살피던 대구의 류모(여·28) 씨가 목숨을 끊으면서 자신의 휴대전화에 남긴 글이다. 류 씨는 마트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지적장애 1급인 언니(31)를 홀로 돌봐온 것으로 알려졌다. 류 씨는 기초생활수급자로 언니와 둘이 살았다. 숨진 류 씨는 어려서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도 곧바로 재가하면서 연락이 끊기자 언니와 함께 할머니가 있는 삼촌집에 맡겨져 자랐다. 지난 2007년 류씨의 언니가 아무런 말도 없이 집을 나가자 언니를 찾아 전국을 돌아다닌 끝에 부산의 한 장애인시설에서 언니를 찾았다. 그 뒤 대구에서 할머니와 함께 살았지만 1년 전 할머니가 돌아가시자 생활이 어려워져 류씨는 언니를 시설보호소에 보내기도 했지만, 언니가 류씨와 함께 살기를 원해 함께 생활해왔다. 류씨는 밤낮으로 아르바이트를 했지만 생활이 나아지지 않자 수차례에 걸쳐 언니와 동반자살을 시도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언니가 거부하는 의사표현을 분명히 하자 류씨 홀로 죽음을 택한 것이다.두 자매의 비극은 장애인복지의 사각지대가 여전히 남아 있음을 보여준다. 류씨가 자살하기 열흘 전쯤 주민센터를 찾아 도움을 청했지만 생계비 49만 원 뿐이라는 대답뿐이었다. 시설퇴소자립정착금 5백만원과 장애인돌봄서비스가 있었지만 해당시설에서 신청조차 하지 않았고 주민센터도 그런 제도가 있다는 사실을 말해주지 않았다. 지난해 2월 송파 세 모녀 사건도 ‘’긴급복지지원금’’제도를 알려준 사람이 없어서 벌어진 일이었다. 그 뒤 ‘세모녀법’을 제정했는데도 일선 현장에서는 그 법조차 활용하지 않고 있다. 벼랑 끝 위기에서 도움을 받기 위해 찾아 간 류씨를 꼼꼼히 챙겨 주었다면 생길리가 없는 비극이다.복지정책을 펴는 정부가 예산부족을 이유로 복지대상을 줄이려 하기 때문에 대상 선정규정이 매우 까다롭고 복지대상을 적극적으로 발굴하는 복지행정도 기대하기 어렵다. 심지어 한때 복지 대상이었는데 자격을 박탈하는 일이 드물지 않다. 복지사각지대를 찾아 도움을 주겠다는 대구시의 말도 결국 겉치레였다. 류씨가 언니와 함께 수차례 자살을 시도했고 20일에도 자살을 시도하다 구조됐지만 관계당국의 도움이 없었다고 하니 눈감은 복지행정이다. 대구의 위기가정발굴체계는 아직도 고장 난 상태이다. 장애인의 복지는 엄동설한의 한 가운데에 갇혀 있다.차욱환 본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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