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를 채우면 성욕이 발동한다고 한다. 식욕 다음이 성욕이라는 말이다. 둘 다 인간이 지니고 있는 원초적 욕구란 점에서는 막상막하이지만 색마에 가까운 인물들은 배는 곯고 살아도 성욕을 억제하고는 못 산다. 그래서 온갖 사단이 생긴다. 교수가 제자에게 “너랑 자고 싶다” 는 말까지 하는 엄청난 일도 벌어진다. 대구의 모 대학교 교수가 남녀학생 7명과 함께 중국으로 답사여행을 떠났다가 벌어진 일이다. 지난달 25일 밤 10시쯤 중국 심천의 호텔 방에서 일행들과 술을 마시다 여학생을 성추행하기 시작했다. 교수는 “너와 자고 싶다. 지금 내 방으로 갈래?”라며 여학생의 허리를 감고 엉덩이를 만졌다고 한다. 말리던 남학생들의 뺨을 때렸고 여학생이 방으로 도망치자 뒤따라가 마스터키로 방문을 열려고 하다가 현지 경찰까지 출동했다. 교수가 음욕으로 눈이 뒤집힌 것이다.그 교수는 성추행과 폭행사실이 알려지자 대학에 사직서를 냈는데 “술에 취해 당시 상황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술이 너무 취해 아무 것도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였으면서 말리는 남학생의 뺨을 두 차례나 때릴 수 있었단 말인가. 때리려다가 제풀에 나뒹굴었다면 이해될 법하지만 이건 씨도 안 먹힐 변명이다.비뚤어진 윤리의식을 지닌 교수들의 음욕에 의해 상아탑이 오염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서울대 수리과학부 강모 교수가 제자를 상습 강제추행 혐의로 구속된 것을 필두로 고려대, 중앙대, 강원대 등 국립·사립대를 가리지 않고 교수들의 성추행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교수와 제자라는 불평등한 ‘갑을 관계’와 폐쇄적인 학계의 특성으로 피해 사실 공개가 쉽지 않은 점을 노린 권력형 성추행이란 점에서 더 큰 충격을 주고 있다. 교수들의 성추행에는 일정한 유형이 있다. 면담 등을 목적으로 학생들을 연구실로 불러들인 뒤 불필요한 신체접촉을 시도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 중앙대 영어영문학과 A 교수는 올 초 연구실에서 여학생의 몸을 만지는 등 세 차례에 걸쳐 성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경찰에 고발된 강원대 영문학과의 노교수도 제자들을 연구실로 불러 포옹하고 강제로 키스를 시도하는 등 성추행을 저지른 혐의다. 학교 밖 은밀한 곳에서 신체 접촉을 시도하는 경우도 많다. 서울대 강 교수는 지난 7월 한강 유원지 벤치에서 국제학술대회 준비를 돕던 타 대학 인턴 여학생을 무릎 위에 앉히고 은밀한 부위에까지 손을 댄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보도 이후 강 교수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피해자들이 줄을 이었다. 그런 가운데 대구의 대학에서 최악의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제자들에게 몹쓸 짓을 한 교수들의 심리는 무엇일까.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자신과 제자의 관계에 일종의 고용주와 피고용자 관계처럼 위계나 위력이 작용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면서 “일부 사회지도층이 이런 일은 늘 일어나는 것이며 자신들은 재수가 없어서 걸렸을 뿐이라고 생각하는 게 더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성추행을 일삼는 교수를 ‘슈퍼甲’으로 부르고 있다. 학위를 받고 학교를 떠나기까지 공부하는 과정에서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교수들의 갑질은 상상을 초월한다고 한다. 그 갑질에 질려 박사과정 진학을 포기한 선배들도 여럿 봤다고 하니 심각한 상황이다. 최근 대학가 성추문이 사회 이슈로 부각되고 있지만 실제 범죄행위가 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교수들의 성추행이 오랜 시간에 걸쳐 상습적으로 이뤄진 것을 피해자들이 마침내 용기를 갖고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성추행사건이 알려지면서 사회적으로 성범죄에 대한 경각심이 고조된 탓으로 분석된다. 대학 당국도 시대착오적인 온정주의를 벗어야 한다. 엄정하게 처리해야 한다.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기도 전에 해당 교수의 사표를 받아 면직 처리해 온 관행을 깨고 적극적으로 고발, 성범죄 교수가 다른 대학의 강단에 서는 일이 없도록 엄중하게 대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