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 자료 분석결과 우리민족 최대 명절인 이번 설에도 많은 아내들이 명절증후군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11월 27일 통계청의 ‘2014년 사회조사 결과’ 보고서에서 ‘가사분담’에 대해 남자 42.7%가 ‘공평하게 분담’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남편의 가사분담은 16.4%에 불과해 마음 따로 몸 따로 움직인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남성이 하루 동안 육아와 집안일을 하는 시간을 조사한 결과, 한국 남성은 31분으로 26개국 중 꼴찌를 차지했다고 한다. 또 지난해 한국인 근로자들의 연간 노동시간은 2163시간으로 멕시코(2237시간)에 이어 OECD 중 2위로,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나라라는 평가도 받고 있다. 남성이 회사일로 파김치가 돼 돌아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결과이다.
이번 설에도 주부들이 두통·위장장애·피로·우울 등 명절증후군을 호소할 것이고, 남편들의 설 자리도 그만큼 명절 후엔 좁아질 수밖에 없다. 대안은 ‘가사분담’만이 최선의 방법이다. 이에 통계청의 ‘2014년 사회조사 결과’ 보고서의 가족관계 중 가사분담과 결혼생활 만족도에 대한 생각과 실태를 파악해 명절증후군의 해법을 찾아본다.
▣ 가사 분담에 대한 견해 및 실태
가사분담의 경우, 남자 42·7%가 ‘공평하게 분담’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으나 실제 남편의 가사분담은 16·4%에 불과해 마음 따로 몸 따로 움직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사를 ‘공평하게 분담’해야 한다는 비율이 2008년(32.4%), 2010년(36.8%), 2012년(45.3%), 2014년 47.5%로 조사돼 2014년이 2008년에 비해 15.1%p 증가했지만, 아내들이 실제 ‘남편이 공평하게 분담한다’에 16.0%만이 긍정적인 답변을 보여 매우 불만족스러운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가사를 ‘공평하게 분담’해야 한다는 비율이 여자(52.2%)보다는 남자(42.7%)가 낮게 조사돼 가사분담에 대한 남녀의 시각차를 드러냈다.
연령별 조사에서 ‘공평하게 분담’해야 한다는 생각이 13-19세엔 71.8%로 높게 나타났으나 60세 이상에선 35.8%로 급감했다. 이는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가사는 아내가 책임져야한다는 생각이 높게 나타나 가부장적 권위 의식에 기인된 것으로 추정된다.
▣ 가족관계 만족도
가족관계란 가족 내 구성원 상호 간의 인간관계를 뜻한다. 13세 이상 인구 55.2%는 가족 관계에 대해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지만 40.5% 정도가 보통, 불만족이 4.3%로 나타나 가족 간 내적 친밀도가 그다지 높지 않음을 보여준다.
배우자 만족도에서 남편은 아내에 대해 70.6%, 아내는 남편에 대해 59.8%로 남편이 아내에 비해 약 10%p 더 높게 나타났다. 상대방에 대해 ‘매우 만족’해 하는 비율이 아내가 23.6%에 그친 반면 남편은 34.6%로 나타나 아내가 남편보다 결혼생활이 더 힘들 것이라는 가능성을 추정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가사분담·배우자 만족도에서 남편과 아내의 서로 다른 눈높이를 보여주고 있어 존중·배려·내적 친밀성 제고·전통적 가부장적 권위의식 탈피 노력이 요구된다 하겠다.
한편, ‘가족관계 만족도의 특징과 사회적 함의’(박종서·이지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14)에 따르면 “연령이 낮은 대졸 이상 집단에서 가구소득이 증가할수록 가족관계가 좋았다”며 “특히 가사분담에 남편의 참여가 늘수록 가족관계는 더 좋게 나타났다”는 의미 있는 결과를 발표했다.
이어 “여성은 가사분담과 배우자 만족도가, 남성은 자녀 만족도가 가족관계 형성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며 “가사와 양육활동에 남성이 더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면 가족관계가 더 좋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해법을 제시했다.
주부 김모(55·산격동)씨는 “명절에 장보기·제사상 차리기 등을 아예 남편에게 기대하지 않는다”며 “솔직히 너무 힘들어 조용한 곳에서 혼자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해 힘든 아내들의 입장을 대변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