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사회는 소위 ‘묻지마 범죄’ ‘분노조절장애 범죄’ ‘충동범죄’로 불리는 무동기 범죄의 폭발적 증가로긴장된 분위기다.더욱이 이러한 범죄의 경우 일반적 범죄와는 달리 보통의 사람들이 범죄 피 해 자 가 되지 않기 위해 강구할 수 있는 수단이나 방법이 전혀 없고 경찰도 전혀 도움이 안된다는 점에서 더욱 불안해 질 수 밖에 없다.지난 12일 오후 8시쯤 서울 구로구 구로동의 한 문구점과 약국에 들어가 안에 있던 사람들에게 흉기를 휘두른 박 모 씨가 경찰에 구속됐다. 일용직 노동자로 일해 온 박 씨는평소 사람들이 자신을 무시한다고 여겨 보복할 생각으로 언제든 범행을 저지르기 위해 흉기를 지니고 다녔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두 가게 주인 모두 박 씨와 특별한 원한관계가 없었다.15일 밤 11시20분쯤에는 도봉구 다세대주택 반지하에서 살고 있는 사람이 ‘조용히해달라’는 이웃 항의에 화를 참지 못하고 “죽여버리겠다”며 흉기로 위협하는 일도 있었다. 그는 자신의 방에서 TV 음량을 크게 틀어놓은 채 노래를 부르는 등 소란을 피우며 술을 마시고 있었다. 이를 참지 못한 같은 층 이웃사람이 다시 “조용히 해달라”고 요구하자 되레 부엌에서 흉기를 가져와 임씨를 위협했다.17일 오전 6시30분에는 경남 진주의 한 인력공사 사무실에서 전 모 씨가 아무런 이유없이 일거리를 찾아 온 사람들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두 사람이 숨졌고 한 사람은 어깨부위에 큰 상처를 입었다. 범인은 300여m를 달아났지만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붙잡혔다. 범인은 몇 달간 그곳에서 일거리를 얻어 일한 사람이었고 피해자들과 아는 사이도 아니었고 마약에 취했거나 술에 취한 것도 아니었다.이런 식의 동기가 분명치 않은 ‘묻지마 범죄’가 지난해 전국에서 검거된 폭력범 36만6527명 중 15만2249명은 우발적으로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10명 중 4명이 홧김에 범죄를 저질렀다. 이런 분노조절장애 범죄는 예측이 불가능하다. 분노조절장애로 인한 범죄 비율이 전 세계적으로 늘고 있고 선진국에는 이미 ‘분노·증오 범죄’로 분류해 대응하고 있다고 하나 우리는 아직 별다른 대책없이 방치된 상태다. 분노나 화를 억누르지 못하는 ‘충동조절장애’를 앓는 사람이 늘면서 관련 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문제가 원만하게 해결되지 않거나 마음이 불편하면 불을 지르거나 상대를 때리는 방식으로 화를 푸는 것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검거된 폭력범 36만6527명 중 15만2249명은 우발적으로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열 명 중 네명이 홧김에 범죄를 저지른 셈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4년 분노조절장애증상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가 2009년 이후 불과 5년 사이에 33.5% 늘었다고 한다.분노조절장애 환자들의 공통적인 심리현상은 충동으로 인한 긴장감 증가이다. 긴장감을 해소하기 위해 극단적인 행위를 한다. 2003년 2월 18일 오전 10시께 대구 지하철 1호선 중앙로역. 진천에서 안심으로 향하던 전동차 3호에서 불이 났다. 불은 순식간에 모든 차량으로 번졌고 반대편에서 오던 차에도 옮겨 붙어 상·하행선 전동차 12량이 모두 타버렸다.192명이 숨지고 148명이 다쳤다. 방화범은 지체장애 2급의 장애인 김 모 씨. 김 씨는 경찰에서 “신병을 비관해 자살하려 했는데 나 혼자 죽는 것보다 많은 사람들과 함께 죽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고 진술했다.충동조절장애 범죄는 예측 불가능하다. 상대를 향해 분노를 표출하지만 때리거나 해친다고 해도 가해자가 얻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경제성장이 멈추고 패자부활전 자체가 어려워진 가운데 거칠고 위험한 사회로 치닫고 있어서 해소되지 않는 불만이나 좌절감이 불안을 키우고 이것이 우발적이고 폭력적인 범죄로 표출되는 것이라는 진단이다. 정부는 범인을 잡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늦기 전에 ‘묻지마 범죄’를 심각한 사회병리로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해법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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