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부산외대 신입생 환영회가 열린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이 붕괴되면서 10명이 숨지고 100여명이 부상하는 대참사가 벌어진 것을 계기로 야유회성 오리엔테이션을 지양하는 분위기지만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둘러싸고 빚어지는 말썽은 여전하다. 죽음도 불사하는 음주행태와 선배들의 가혹행위가 올해도 반복되고 있다. 심지어 음란퇴폐업소에서나 봄직한 음란게임을 강요해 물의를 빚고 있어서 대대적인 수술이 시급하다.모 대학 경찰행정학과에서 벌어지고 있는 행태는 인권문제로 비화될 정도로 심각하다. 매주 두 차례씩 저녁에 3시간가량 선배들의 감시 아래 견디기 어려운 체력훈련을 받는다. 학과장이란 사람은 선배학생들의 가혹행위를 제지하기는커녕 “경찰공무원을 양성하는 기관으로서 기초체력이 필요한 1-2학년 학생들에게 필요한 과정”이라며 변명하고 있다. 양팔 벌려 뛰기는 무려 320번이나 한 뒤에도 다른 동작을 계속 시키는 등 3시간 가까이 계속됐다고 하니 소름이 끼친다.지난달 강원 평창에서 열린 모 대학 경영대 신입생 환영회 뒤풀이 행사에서 남자 선배들이 새내기 여학생들에게 섹시댄스를 요구한 사실이 드러났다. 학생들이 배치된 방 이름도 에로비디오 제목처럼 ‘아이러브 유방’ ‘작아도 만져방’ 등으로 낯 뜨겁게 붙였다. ‘여자 신입생은 골반을 흔드는 등 걸그룹의 섹시한 춤을 춰야한다’ 같은 규칙을 어기면 술을 마시게 하는 벌칙도 있고, 선배를 지목하고 성관계를 암시한 표현으로 ‘나랑 라면 먹고 갈래’라고 말하라는 규칙도 있었다고 하니 이보다 더 타락할 수가 없다.신입생환영회의 고질적 병폐는 술 먹이기다. 지난 11일 한 국립대학교 1학년 A양이 응급실로 이송됐다. 이날 학부 여학생20여 명과 학교 인근 식당에서 신입생 환영회를 하는 과정에서 선배들이 신고식을 한다며 사발에 담아 준 소주를 마시고 벌어진 일이다. 폭력에 가까운 신입생길들이기, 죽음도 불사하는 술먹이기를 근절시켜야 한다. 이제는 환영식이라는 이름으로 강요하는 술 문화보다는 선배들과의 봉사활동, 체육대회, 토론회 등의 여럿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채로운 환영식 문화를 정착시킬 때가 됐다. 무엇보다 대학 당국이 학생들의 눈치를 보며 묵인해서는 안 된다. 건전하고 희망찬 대학을 만들 수 있도록 악습을 뿌리 뽑는데 앞장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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