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지난달 31일 발표한 ‘2014 노인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만 65세 이상 노인들은 노후를 불안하게 여기는 경향이 강했다.조사 대상자 1만452명의 53%가 노후생활에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것은 이런 정서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노인들은 ‘삼포세대’(연애·결혼·출산 세 가지를 포기한 젊은 세대)처럼 주거비 문제에도 골머리를 앓았다. 가장 부담을 느끼는 지출 항목으로 주거비가 전체 40.5%를 차지했기 때문이다.충분한 노후 소득도 부족한 편이다. 전체 노인의 28.9%가 경제활동에 참여했는데 이 중 79.3%가 생활비를 보충하기 위해 일했다. 노인 개인 소득원에서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복수응답 기준으로 2004년 14.19%에서 지난해 31.9%로 높아졌지만 빈곤율을 개선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많다.한국노동연구원이 지난달 15일 발표한 ‘노인의 빈곤과 연금의 소득대체율 국제비교’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 기준으로 국내 65세 이상 노인들의 빈곤율은 48.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았다. OECD 회원국 평균 12.4%에 비해 4배 가량 높은 수준이다.빈곤율은 가처분 가구 소득을 기준으로 중위 소득의 50% 이하에 속하는 비율을 말한다.한국의 노인 인구 비중은 2012년 기준으로 11.3%로 일본 24.1%, 독일 20.7%에 비해 낮은 수준이지만 증가 속도는 4.1%로 이스라엘, 미국 등과 함께 매우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런 흐름은 독거노인 증가로 이어지고 경제적·심리적 이중고를 수반하는 특징을 보인다. 독거노인 비율은 1994년 13.6%에서 2004년 20.6%, 지난해에는 23%로 매년 높아지는 추세다.반면 자녀와 동거하는 비율은 1994년 54.7%, 2004년 38.65%, 지난해에는 28.4%로 20년 사이 절반 수준으로 하락했다.노인이 혼자 살 때 겪는 어려움은 경제적 불안감이 25.8%로 가장 높았다. 이어 아플 때 간호 문제 25.6%, 심리적 불안감 21.7% 등의 순이었다.노인 인구 비중이 빠르게 증가하는 현실을 고려할 때 독거노인들의 경제·정서적 문제를 해소할 대책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2013년을 기준으로 65세 이상 1인 세대 노인 빈곤율은 74%에 이른다. 혼자 사는 노인일수록 경제적 어려움이 크다는 뜻이다.노인 정신 건강 문제에도 빨간 불이 커졌다. 이번 실태조사 응답자의 33.1%가 우울증상을 보인 것이다. 우리나라 노인 자살률은 인구 10만명당 81.9명으로 OECD 회원국 중 1위다.상황이 이런데도 주된 여가 생활의 82.4%는 TV 시청이 전부다.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30일 발표한 ‘노후보장을 위한 가족, 정부, 사회의 역할’이라는 연구보고서에서 노인 여가를 위한 기반 시설과 프로그램을 지역마다 확충하고 노인들이 커뮤니티에 참여하는 역량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김희삼 KDI 연구위원은 “높은 노인 자살률은 반드시 생활고에 의한 것만은 아니며 소외감과 외로움이 영향을 미친다”며 “전통적인 가족의 해체가 진행되는 현실은 경제적·정서적 양면에서 노후 보장의 위기를 가져온다”고 설명했다.이어 “정부는 빈곤 해소를 최우선 순위에 두고 공적 노후 보장체계를 확충해 나가야 한다”며 “다만 가족의 순기능은 유지하는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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