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후한시대에 유비는 조조(曹操)가 차지하고 있던 한중(漢中)을 공격해 성을 함락했다. 소식을 들은 조조는 대군을 이끌고 토벌에 나섰으나 유비의 촉군이 험악한 지형을 이용해 조조의 진격을 막는 한편 보급을 차단하는 바람에 진퇴양난의 입장에 처했다. 고심하던 조조가 전군에 암호로 명령을 내리고 암호를 알아들은 장군들은 철수했다. 이 암호가 닭의 갈비 즉, 계륵(鷄肋)이다. 조조는 버리자니 아깝고 먹잘 것이 없는 닭갈비에 비유해 한중 땅이 아쉽지만 그리 대단하지 않으므로 철수를 하라는 것이었다. 발효식품이 어쩌다 계륵(鷄肋)이 된 모양새다. 우리나라 식생활은 장류, 젓갈류, 김치 등 고염 식품의 섭취빈도가 높아 나트륨 과잉에 의한 고혈압, 뇌혈관 질환이 문제가 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2010년부터 ‘나트륨 저감화 정책’이 힘을 받고 있으며 기업에서도 나트륨 함량을 낮춘 제품개발이 활발하다. 소금 함량을 낮추는 것은 과잉섭취로 인한 인체의 독성 문제를 사전 차단 하고 예방하는 방안이 될 수 있겠으나 식품가공에서 소금이 가지는 기능과 역할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우리 식탁의 필수적인 찬거리임에도 불구하고 소금 함량이 많아 계륵(鷄肋)의 처지인 발효식품은 더욱 그러하다. 발효식품에 소금이 꼭 필요한 것일까? 발효식품에서 소금은 ‘조미료’ 역할도 하지만 가장 큰 기능은 ‘보존제’ 역할이다. 식품원료에 소금을 사용해 담금한 것은 인류가 창안한 식품저장법의 하나로 예로부터 육류와 채소류 등 상할 수 있는 음식의 부패를 방지해 장기간 보존하는데 이용됐다. 특히 발효식품에서 소금은 맛을 부여하고 저장성을 높이며 발효 조절작용을 돕는다. 김치는 소금 함량이 적으면 저장 동안 김치가 물러지거나 변패 또는 부패가 발생될 수 있다. 장(醬)은 우리 식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조미료로, 장기간 숙성이 필요한데 저장성 확보를 위해 소금을 필수적으로 사용한다. 조상들이 당시로선 값비싼 소금을 장 담그기에 많이 넣은 것은 장(醬)의 소금 농도가 너무 낮을 경우 숙성 과정이나 저장 중에 변질될 가능성이 경험적으로 높았기 때문일 것이다. 소금은 장을 만드는데 부패균과 식중독균의 생육을 저해하고, 높은 염도에서 저항성이 강한 유용한 미생물만 활동하는 환경 조성에 기여한다. 최근 발효식품의 나트륨 함량을 낮추는 활발한 노력에는 동의하나 위생적으로 불량해지거나 맛과 품질이 떨어지는 어리석음을 경계해야 한다. 또한 소비자의 선택적 섭취 감소에 초점을 두고 섭취량과 식습관 개선에 관한 연구와 홍보도 중요하다. 발효식품은 계륵(鷄肋)이 아닌 우리 식탁의 감초(甘草)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