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의 전격적인 사드 장비 반입으로 인한 말썽이 가라앉기도 전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와 관련해 10억달러(1조1301억원)의 비용 지불을 요구,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게다가 트럼프는 한미 FTA에 대해서도 재협상 또는 폐기해야 한다고 천명, 우리 정부를 당혹케 하고 있다. 한미 동맹이 과거와 달리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한 셈이다. 사드 비용 문제에 대해 우리 외교부는 “미국 측의 통보가 없었다”고 밝혔다. 국방부도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에 따라 ‘우리 정부는 부지·기반시설 등을 제공하고 사드 체계의 전개 및 운영 유지 비용은 미국이 부담한다’는 기본 입장에 변함이 없음”을 재확인했다. 지난해 2월 사드 배치 논의를 시작하며 한미가 합의한 내용에 배치·유지비용의 미국 부담이 명시돼 있는 약정서가 있음을 거듭 강조했다. 이에 비추어 사드 문제는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요구하려는 트럼프의 억지가 협상용 압박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는 관측이다. 트럼프의 무리한 요구는 북핵 대비 필요를 감안하더라도 연간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총액을 훌쩍 넘는 비용을 우리가 새로 감당하기는 어렵다.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환경영향평가 등 절차를 건너뛴 사드 배치를 비판하는 여론이 끊이지 않는 마당에 약속을 뒤집고 비용까지 떠 넘기면서 사드 반대 열기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됐다.‘한미 FTA 재협상 또는 폐기’ 발언도 마찬가지다. 트럼프와 백악관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두고 최근 이틀 사이 탈퇴 가능성을 언급했다가 NAFTA 폐기는 않겠다고 했다가 다시 “NAFTA를 끝낼 것”이라고 하는 등 종잡을 수 없는 발언을 이어 왔다. 이번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서도 “끔찍한 협정(horrible deal)”이라며 재협상을 하거나 폐기하길 원한다고 밝혔다. NAFTA나 한미 FTA 발언은 ‘폐기’보다는 ‘재협상’에 무게중심이 놓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사업가 출신인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동맹도 사업의 논리로 다루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사드 보따리를 풀자마자 비용 일체를 한국 정부가 부담하라는 주장이나 FTA 폐기 주장은 억지에 가깝지만 장차 한미관계가 가시밭길임을 예고한 것이다. 5월 9일이면 출범할 새 정부의 책임이 그만큼 더 무거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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