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조류인플루엔자 종식을 선언한지 불과 사흘만에 재발해 전국으로 확산될 주짐을 보이고 있다. 전북 군산에서 판매한 오골계가 제주, 부산, 파주 등으로 바이러스를 옮긴 것이 닭 오리 등 가금류에 치명적인 고병원성 바이러스로 확인되고 있다. 지난 겨울 전국을 휩쓸었던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의 악몽이 재현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번 조류인플루엔자 발생은 지난 4월 4일 논산에서 마지막으로 발생한 후 약 두달만에 발생하는 셈이다. 농림식품부가 지난해 11월부터 전국을 통해 발생했던 것이 잠잠해 짐에 따라 평시 방역체계로 전환한 직후여서 정부 체면이 말 아니게 됐다. 5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일 최초 신고된 제주시 폐사 닭 일곱 마리에 대한 정밀검사 결과 고병원성 AI로 확진됐다. 군산 오골계 농장이 판매한 3600여마리 중 일부다. 이 농장 닭은 전국 6개 시·도로 팔려나갔으며 이 중 160여마리는 아직 유통경로를 확인할 수 없다고 한다. 추가 피해가 우려되고 보면 빠른 신고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지난 5일 경북도의 경우 경주시 내남면의 한 농장이 AI 양성반응이 나온 부산 기장에 있는 농장으로부터 닭을 입식한 것으로 밝혀져 외견상 이상이 없으나 예방적 차원에서 2000여마리를 살처분했다. 이번에도 농가의 발생 신고에만 의존하는 소극적 방역체계가 화를 불렀다. 제주 토종닭 농가는 지난달 27일부터 오골계가 잇따라 폐사했는데도 늑장을 부리다가 2일에야 당국에 신고했다. 전국에 AI 감염 닭을 판매해 온 군산 농장도 지난달 17일부터 폐사가 발생했지만, 문제가 불거질 때까지 신고하지 않았다고 하니 보름가량이나 무방비로 방치된 것이다. 정부가 아무리 방역체계를 잘 구축해도 농장주가 협조하지 않으면 AI를 막기 어렵다. 미신고 농장주에 대한 처벌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이번 경우 날씨가 더워지기 시작하는 초여름에 시작된 것이 심상치 않다. 본래 조류인플루엔자의 바이러스는 추운 날씨에 전파력이 강하고 고온다습한 여름에는 사멸하는 것이 보통인데 그런 사이클이 무너졌다. 이번에 발병된 조류독감이 계절에 관계없이 발생하는 고병원성의 변종이라면 참으로 큰일이 아닐 수 없다. 이젠 조류독감의 연중 발생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가금류의 사육환경도 획기적으로 개선해 AI에 이길 수 있는 건강한 환경을 조성하는데 역점을 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