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인 지난 9일 오후 경부고속도로에서다. 버스 한대가 승용차를 깔아뭉개며 크게 솟구친다. 7중 추돌 사고로 이어진 빗길 사고로 50대 부부가 숨지고 10여명이 다쳤다. 사고를 낸 버스기사 51살 김모씨는 졸음운전 때문이라고 경찰에 진술했다. 이처럼 죽음을 부르는 졸음운전으로 한 해 200명이 숨지고 있어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나들잇길에 나섰다가 집으로 돌아오던 50대 부부는 고속도로 정체로 천천히 승용차를 몰았으나 뒤에서 그대로 돌진해 온 버스에 받혀 참변을 당했다. 경찰 조사 결과 경기도에서 서울을 오가는 광역버스를 몰던 버스운전사는 운전대를 잡고 졸다가 브레이크도 밟지 못한 채 서행하던 승용차를 덮친 뒤 잇따라 추돌사고를 냈다. 이번 사고에서 보듯 문밖이 저승이라는 말이 실감난다. 졸고 있는 버스 앞에서 안전운전도 소용없었다. 고속도로에서 졸음운전으로 큰 사고가 일어난 일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있었다. 지난해 7월 영동고속도로 봉평 터널 부근에서는 관광버스가 졸음운전으로 앞에 가던 차량을 덮쳐 4명이 숨지고 30여명이 부상하는 사고가 있었다. 고속도로에서의 졸음운전은 대부분 사망사고로 이어진다. 고속도로에서 발생하는 졸음운전 사고의 경우 치사율이 14.1%로 일반도로의 두 배에 가깝다. 시속 100㎞로 달리는 차량의 운전자가 2초만 졸아도 차량이 50m가량 달리기 때문에 고속도로 졸음운전 사고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이번 경우에도 전용차로로 달리는 줄 알았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2차선에 들어 서 있더라고 했다.운전 중 백미러로 트럭이나 버스가 빠른 속도로 뒤따라오는 것이 보이면 사람들은 불안해진다. 트럭이나 버스는 중량(重量)이 수십톤씩 나가기 때문에 비상시 급정거도 쉽지 않다. 스치기만 해도 작은 차들은 순식간에 뒤집혀버린다. 지난해 봉평터널 사고 때 보았듯 트럭이나 버스에 깔리면 1초도 안 돼 승용차는 종이처럼 구겨진다.일본에선 대형차 운전자가 갈지자 운행을 하면 센서가 경고음을 보내는 장치를 달게 하고 있다. 또 운전자의 얼굴 방향과 눈꺼풀 뜬 정도 등을 감지하는 센서를 달아 졸음운전 때는 경고 신호가 울린다. 미국과 유럽은 대형차가 차선을 벗어나거나 앞 차와 간격이 좁혀지면 경보가 울리고 브레이크가 작동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정부도 신속히 이런 시스템을 도입, 인명보호에 나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