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가 오락가락하던 입장을 원전공사의 중단 여부를 결정하지 않겠다는 쪽으로 정리했다. 단지 공론화 결과를 ‘권고’ 형태로 정부에 전달하는 자문기구 역할만 하겠다는 뜻이다. 공론화위가 3차 회의에서 결정한 역할 범위는 ‘독립적 지위에서 공론화를 설계하고 공론화 과정을 공정하게 관리하는 것’이라고 한다. 김지형 공론화위원장은 지난 3일 “공론조사는 특정 정책사항에 대해 구속력 있는 결정을 내리는 게 아니라 사안에 대한 공론을 확인하는 데 목적이 있다”면서 “공론화위도 그 범위 안에서 소관 사항을 관장하는 자문기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론화위는 시민 2만명을 대상으로 1차 조사를 하고, 1차 조사 응답자 중 500명을 무작위로 뽑아 토론 등 숙의 절차에 참여시키기로 했다. 명칭은 공론화위가 자문 역할에 국한한다는 점을 반영해 당초 ‘시민배심원단’으로 정한 명칭도 ‘시민대표참여단’으로 부르기로 했다고 한다. 위원회가 정부 부처의 주요 정책을 결정한다는 들끓는 여론에 따른 조치다.공론화위의 역할을 놓고 더 이상의 혼선을 빚어서는 안 된다. 혼선은 공론화 과정을 거쳐 공론화위가 구성하는 시민배심원단 결정을 그대로 정책에 수용하겠다는 정부 방침 탓이다. 거기에 대해 공론화위가 공론조사 방식을 따르되 조사 대상자들이 공사 재개 여부는 결정하지 않고 권고사항 정도로 마무리될 것이라고 하면서 혼선이 빚어진 것이다. 공론화위는 가부간 결론을 내리지 않겠다는데, 정부는 결론을 수용하겠다고 하는 희한한 상황이 벌어진 셈이다. 논란이 불거지자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은 시민배심원단 결정을 수용하겠다는 기존 방침을 재확인하며 진화에 나선 것이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논란의 진화에 나섰다. 지난달 31일 기자간담회에서 “공론화위가 시민을 통해 내려주는 결과를 전폭적으로 수용해 정부가 결정할 것”이라면서 “정부가 책임, 결정의 주체라는 건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공론화위 결정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은 그대로이나 ‘결정과 책임의 주체’가 정부라는 사실을 새삼 강조한 것이다. 정부는 공론화위의 중립성을 훼손할만한 언행을 삼가해야 한다. ‘탈원전’을 강조하는 것이 그 한 예다. 탈원전을 드러내놓고 강조할수록 공론화위의 공정한 활동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공론화위가 결론을 도출할 때까지 일체 함구하는 것이 상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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