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백악관의 스티브 배넌 수석전략가가 “중국이 북핵을 동결시키는 대가로 주한미군을 철수하는 외교적 딜을 고려해야 한다”고 한 것이 일파만파의 논란을 초래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미국 언론도 미·북 평화협정 체결과 주한미군 철수 이슈화 가능성,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 카드 활용 방안 등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또 미국 외교의 거물 헨리 키신저도 북핵 폐기와 주한미군 철수 맞교환 카드를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에게 제안하고 있는 실정이다. 논의의 중심에 있어야 할 한국은 보이지 않는다.배넌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해 미국 내에서도 현실 가능성도 낮고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문제는 주한 미군 철수론이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조차 조율되지 않은 상태에서 불거지고 있다는 점이 조심스럽다.트럼프 행정부는 ‘동아시아의 동맹국들이 이미 미국의 안보 공약에 불안해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모순된 메시지가 흘러 나오면서 불확실성을 가중시키고 있다. 배넌의 주한 미군 철수 빅딜론이 나오자 북한 정권에 대한 ‘선제적 항복’이란 말까지 등장하고 있다.한-미간에 조율되지 않은 이런 논조가 흘러 나오는 것이 문제다. 한·미 안보 당국자들이 동맹의 견고함을 강조하지만 균열이 감지되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전쟁은 기필코 막을 것”이라며 한·미 협의를 강조했다. 이는 북한보다 ‘모든 옵션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미국 측을 경고한 것으로 해석됐다. 지난 17일 기자회견에서도 “군사 행동엔 한국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선을 그었다. 더 심각한 문제는 문 대통령을 우회한 채 한반도 문제가 논의될 가능성이다. 미·중 담판이 그 첫번째이다. 이미 키신저 전 국무장관 등이 공개적으로 내놓은 방안이다. 또다른 가능성은 미·북 간의 직접 거래다. 북핵 미사일 동결로 한·미 훈련 중단 등 북이 원하는 것을 얻으면 북핵 공인화로 가는 길이 열릴지도 모른다. 우리로서는 최악의 상황이지만 예상하지 않을 수없다. 미국이 중국이나 북한과의 협상 쪽으로 흐를 가능성이 더 커지고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어느 경우든 문 대통령의 입지는 줄어든다. 그렇지 않아도 한·미 을지훈련의 미군 참여 규모가 축소된 미묘한 시기다. 안보가 엄중한 국면에서 한·미 동맹에 대한 미국 내 기류의 미세한 변화까지 주의 깊게 보고 균열을 사전에 예방하지 않으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