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기준금리를 0.5%로 인하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위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제 충격을 감안해 상당 기간 통화완화 기조를 유지해 나가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 금융불균형 심화 우려가 커질 수 있지만, 코로나로 인한 위기 대응이 더 시급하다는 판단에서다. 추가 금리인하 여력이 제한된 만큼 양적완화 등 비전통적 통화정책 도입에 대한 논의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16일 한은이 공개한 제12차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금통위원들은 지난달 28일 회의에서 코로나19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금리인하는 불가피하다는 데에 의견을 모았다. 지난달 금리인하는 회의에 참석한 금통위원 6명 전원의 만장일치 결정이었다. ‘주식보유’ 논란을 안고 있는 조윤제 위원은 지난달 회의 표결에서 제척됐다. A금통위원은 “명목 GDP 성장률이 0%에 근접할 정도로 전례없는 환경에 처한 만큼 기준금리 0.5%가 충분히 낮은 수준이라고 할 수 없다”며 “물가안정목표제 하에서 적정 수준의 기대인플레이션을 유도하기 위해 상당기간 동안 완화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금리인하로 부동산을 포함한 금융부문 불안정성이 높아질지 모른다는 일부 우려가 있지만, 코로나19가 불러온 위기 상황에서 통화당국이 우선순위를 두고 고려할 사항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택시장 안정화를 위해서는 정부의 거시건전성 정책이 흔들림없이 추진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B금통위원도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정책적 판단이 우선돼야 한다”며 “과도한 유동성 문제와 부채 걱정은 잠시 뒤로 하고 적극적인 거시경제정책으로 당면한 코로나19 위기에 대응해야 할 때”라고 동조했다. 가계와 기업 등 민간뿐만 아니라 정부의 금융비용을 낮춰주기 위해 금리인하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정부가 국채 발행과 확장적 재정정책으로 대응하고 있는 만큼 재원조달 비용의 절감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진단이다. 추가 금리인하 여력은 다소 소진됐다는 평가가 대체적이었다. C금통위원은 “대내외 금융경제 여건 변화와 주요국의 통화정책 방향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금융불균형 측면뿐 아니라 정책 유효성이나 자본유출 가능성 측면에서도 향후 추가 인하 여지는 매우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한 위원은 “자본유출 가능성을 고려한 실효하한 측면에서 주요국 정책금리가 모두 크게 낮아졌고, 현 수준에서 채권자금이 계속 유입되고 있는 점에 비춰 실효하한이 더 낮아졌다고 볼 여지가 있다”며 추가 인하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라는 견해를 내비쳤다. 일부 위원은 “현재 기준금리가 실효하한에 상당히 근접한 것으로 보인다”며 “양적완화 등 비전통적 정책수단 도입에 대한 구체적 논의가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다른 위원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영란은행이 정책금리를 제로가 아닌 0.5% 수준에서 운용하면서 국채매입 등 양적완화를 시행했는데, 우리나라도 이런 경험을 참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