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대남 군사행동 계획을 보류하면서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역대 최대 규모의 대남 ‘삐라’(전단) 살포 예고 등으로 고조됐던 한반도 긴장 국면이 일시적으로 누그러진 모습이다.다만 북한이 대남 군사행동 계획의 ‘철회’가 아닌 ‘보류’라고 밝혔고, 하반기 한미연합훈련 등이 예정된 만큼 북한이 다시 긴장 국면을 조성할 가능성은 남아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24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전날 당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제5차회의 예비회의를 개최하고 북한군 총참모부가 제기한 대남 군사행동 계획들을 보류했다.총참모부가 지난 17일 밝힌 △금강산·개성공단 군부대 전개 △비무장지대 철수 민경초소(GP) 재진출 △1호 전투근무체계 격상 및 접경지역 훈련 재개 △대남 삐라(전단) 살포 지역 개방 및 군사적 보장 계획 실행을 승인하지 않은 것이다.북한이 지난 4일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의 담화를 기점으로 대남 비난 여론을 공세적으로 제기한 데 이어 문재인 대통령을 비방하는 전단 사진을 공개하는 등 확고한 대남 강경 행동 의지를 보였다가 갑자기 입장을 바꾼 이유에 관심이 쏠린다.북한은 남북 통신망 완전 차단(6월 9일), 개성 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조치(6월 16일)까지는 속도감 있게 추진했지만 총참모부의 추가 군사행동 계획은 바로 집행에 돌입하지 않고 상부 승인 절차를 밟도록 했다.우리 정부의 대북 전단 엄정 처벌 방침에도 북한이 남북 긴장 조성 행위를 일방적으로 지속하는 데 대한 부담이 어느 정도는 작용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군사적 긴장 조성 책임론을 감당할 만큼 실익이 없다는 판단을 했다는 것이다. 반대로 향후 군사행동의 명분을 더 쌓기 위한 속도 조절 과정으로 분석되기도 한다.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최고 지도자의 결정으로 보류했다고 하지만 연락사무소 폭파까지 한 마당에 지금까지 보인 강경 모드를 급선회하는 것은 북한 내부적으로 설명이 어려운 부분”이라며 “북한 스스로 숨 고르기에 들어가고 긴장 수위를 조절하는 것은 내부적으로 속도를 조절하기 위함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오늘부로 노동신문에 대남 비난이 싹 사라졌다. 더 이상 이 문제를 확전시키기 않겠다는 의도”라며 “모든 초점을 당 창건 75주년에 맞추고, 더 이상 대남 강경 노선으로 가지 않겠단 뜻”이라고 말했다.북미 비핵화 협상의 막후를 폭로한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회고록 출간이 북한의 대남 인식 변화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홍 실장은 “볼턴 전 보좌관 회고록은 북한이 폄하했던 한국이 어떤 면에서는 막후에서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단 걸 보여주는 측면이 있다”고 언급했다.북한은 이날 대남 군사행동을 보류한 데 이어 대남 확성기도 철거하기 시작했다. 북한은 지난 22일부터 남북 접경지역 20여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대남 확성기를 재설치해 남북 긴장 수위를 한층 끌어올렸었다.북한이 여러 대내외 정세를 고려하며 대남 강경 행동 ‘숨 고르기’에 들어갔지만 남북 긴장 국면이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기는 어려울 전망이다.북한은 한미연합훈련을 북침전쟁연습으로 간주하고 연합훈련을 강행하는 남측과 미국을 향해 비난 여론을 조성한 바 있다. 아울러 자신들의 자위력을 과시하기 위한 무기 시험발사나 군 훈련 등을 전개해 왔다. 향후 비핵화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자위적 국방력 강화를 계속 추진하겠다는 것으로, 신형 전략무기 개발이나 잠수함탄도미사일(SLBM) 고도화 등이 향후 한반도 긴장의 불씨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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