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업자’라며 중앙 정·관·언론계에서 100억원 대 사기행각을 벌이다 구속된 김모(43)씨는 정작 고향인 포항에선 사기가 전혀 먹혀 들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김씨는 어선 수십척, 풀빌라 수십채, 슈퍼카 10여대를 소유하고 있는 수천억원대 자산가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중앙 정계와 검찰, 경찰, 언론에 전방위 로비를 펼쳐 박영수 특검이 사의를 표명하고 박지원 국정원장, 김무성 전 의원 등이 연루되면서 전국적인 유명세를 타고 있다.그는 ‘선동 오징어 매매 사업에 투자하면 돈을 불려 주겠다’고 속여 7명으로부터 116억원을 사기한 혐의로 현재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다.하지만 김씨는 지난 2020년부터 올해 초까지 포항시장과 지역출신 국회의원 등을 광범위하게 접촉했으나 성과(?)나 환영을 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이는 인구 8000명 남짓한 어촌(구룡포)에서 이 같은 김 씨의 황당한 말을 들어준 사람이 없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더욱이 전화 한통이면 실체를 알 수 있는 어촌 특성상 대부분 인사들이 현실성 없는 것으로 판단해 별다른 관심을 표시하지 않아 사기꾼의 수법이 통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국민의힘 김병욱 의원(포항 남구·울릉)은 “언론인의 소개로 지난해 12월 서울에서 여러 명과 같이 식사한 적이 있다”며 “만난 지 수일 지난 뒤 김씨가 수산물을 보내왔지만 문제가 될 만큼 고가가 아니고 번거롭기도 해 돌려보내지는 않았다”고 8일 밝혔다.그는 “이후 메신저로 두어 번 의례적인 인사를 해와 답을 한 것 외에 추가적인 접촉은 없었다”며 “특별히 부탁받은 것도 없고 만났을 때도 특이한 느낌을 받지 못해 그 이후에는 만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국민의힘 김정재(포항 북구) 의원도 올해 초 중앙 언론인의 소개로 김씨를 만났으나 지역실정에 맞지 않는 허황된 이야기를 장시간 늘어 놓아 정체에 의문을 품고 과거 행적을 탐문한 결과 저급한 사기꾼으로 드러나 ‘왜 이런 사람을 만나느냐’고 되레 면박을 줬다고 일화를 최근 소개했다.김 의원은 당시 김씨가 자신을 조선소를 운영하는 사장 아들로 소개하거나 트롤어선 등 어선을 수십척 갖고 있는 수백억원대 자산가라고 자신을 소개했다고 전했다.김씨는 지난해 5월 KXO(한국3x3농구위원회) 회장에 취임한 뒤 포항시청을 방문해 이강덕 시장을 만나려 했으나 일정이 맞지 않아 송경창 당시 포항부시장과 면담해 KXO 리그 개최에 필요한 예산을 요청했던 것으로 나타났다.하지만 포항시는 코로나19 사태와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거절한 것으로 확인됐다.김씨는 지난 해 하반기에도 중앙 언론인 소개로 이강덕 포항시장을 만나 재차 농구대회 예산을 요청했으나 같은 이유로 거절 당했다.김씨는 그 뒤 이 시장을 만나 대규모 수퍼카 전시회를 열고 싶다며 도움을 요청했으나 예산 지원 등이 어렵다는 말을 듣고 이후에는 접촉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무엇보다 김씨는 사기꾼의 특성상 지역실정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시·도의원에게는 아예 접촉조차 하지 못했던 것으로 확인됐다.결국 김씨의 전방위 로비로 중앙 정·관·언론계가 떠들석 하지만 정작 고향인 포항에서는 피해자도 없고 자신의 존재감도 드러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구룡포 한 어민은 “김씨가 슈퍼카 전시회를 한다며 렌트카 업체를 운영하거나 술집을 경영했다는 소문이 확산되고 있다”며 “하지만 이는 중앙을 무대로 사기를 치기 위해 지역 내 기반을 만든 것으로 직접적인 사기 피해자는 아직 나타나지도 확인되지도 않고 있다”고 말했다.이어 “사기는 지나친 욕심에서 기인하며 어촌 마을에 큰 돈 벌이가 있었다면 벌써 지역민들도 알고 있었을 것”이라며 “어숙한 사기꾼에 속은 중앙 정·관·언론계는 자업자득으로 각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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