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원대 사기 혐의로 구속기소된 ‘가짜 수산업자’로부터 금품을 받은 의혹으로 입건된 현직 검사가 경찰에 출석해 피의자 조사를 받은 가운데, 이번 조사를 시작으로 현직 총경과 언론인 등 함께 입건된 유력인사들이 줄줄이 소환될 것으로 전망된다.13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지난 11일 오전부터 약 10시간 동안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받는 A검사를 불러 조사했다.A검사는 지난달 23일 경찰에 의해 현직 검사가 압수수색을 받는 첫 선례를 남기기도 한 장본인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서울남부지검 부장검사였던 그는 검찰 인사발령을 통해 한 지방 소재 검찰청 부부장으로 강등된 것으로 알려졌다.경찰은 A검사 소환조사를 시작으로, 같은 혐의로 입건돼있는 7명을 차례로 불러 본격적인 소환 수사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통상 경찰은 압수수색과 임의 제출 등으로 증거를 수집한 후 분석한 내용을 바탕으로 피의자들을 소환하고, 진술 내용을 맞춰 보는 방식으로 수사를 해나간다.‘수산업자’ 행세를 하며 사기를 치고 다닌 것으로 조사된 김모(43)씨는 A검사 외에도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 종합편성채널 앵커, 포항 지역 경찰서장 총경 등에게 금품을 살포한 혐의를 받고 있다.그 밖에도 언론인 2명이 같은 혐의로 최근 추가 입건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간지 기자는 차량 무상제공 의혹으로, 종합편성채널 기자는 학비 대납 혐의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즉, 김씨에게 금품 등을 받았다는 혐의의 피의자는 언론인만 4명이고 검사 1명, 경찰 1명이다. 나머지 1명은 금품을 제공했다는 혐의의 김씨다.특히 이중 사건의 중심에 있는 김씨는 수 차례에 걸쳐 소환조사 받을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다만 김씨는 경찰 수사에 비협조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필요시 적법한 범위 내에서 다양한 방법을 검토해 조사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이들 7명 외에도 피의자가 추가로 입건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한편 국정농단 수사를 지휘했던 박영수 특별검사는 김씨에게 포르쉐 차량을 제공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지난 7일 결국 사의를 표명했다.경찰은 박 특검이 청탁금지법에서 규정하는 공무원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파악해달라고 권익위에 유권해석을 요청한 상황이다.박 특검 외에도 박지원 국정원장과 김무성 전 의원도 김씨와 접촉했다는 언급이 오르내리고 있다. 다만 이들은 김씨에게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혹은 전면 부인하고 있다.한편 김씨는 현재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양철한) 심리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사기 등 혐의로 1심 재판을 받고 있다.김씨 측 변호인은 지난 7일 3차 공판이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나 “이 사건은 그냥 일반 사기 사건이다. 무슨 게이트가 아니다”고 말했다. 최근 금품 살포 의혹을 두고 회자되는 ‘수산업자 게이트’라는 표현이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