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외적 손해배상으로서의 징벌적 손해배상
법적으로 손해의 배상과 손실의 보상은 엄밀하게 구분된다. 손해의 배상은 불법적인 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피해에 대해 전액을 배상하도록 하는 것이고, 손실의 보상은 불법적이지 않은 경우에 발생한 피해에 대해 일부를 보상하도록 하는 것이다.예컨대 계약의 불이행으로 인해 발생한 손해에 대해서는 전액 배상이 인정되는 반면에, 태풍으로 인해 발생한 농어민의 피해에 대해서는 정부에서 그 일부를 보상할 수 있다.이러한 손해배상의 원칙은 불법행위로 인한 피해의 발생을 원인으로 하며, 발생한 피해의 전액 배상을 원칙으로 한다. 다만, 인과관계의 인정 및 입증의 문제로 인하여 실제 발생한 피해 전부를 배상받지 못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예컨대 담배꽁초를 함부로 버려서 화재가 발생한 경우에는 그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져야 하지만, 화재의 피해자가 인화물질을 부주의하게 쌓아 두고 있어서 피해가 더욱 커졌다면 그 부분이 고려되어 손해배상액이 경감될 수 있다. 또한, 화재의 피해액 산정에서도 화재로 피해를 입은 것으로 입증된 범위 내에서만 손해배상이 인정되는 것이다.그 결과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불법행위가 없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손해에 대해 전액을 배상받는 것이 정당하다고 느끼지만, 인과관계 및 피해액의 입증이 어려워서 제대로 보상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런 경우에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해 인정되는 예외적 조치의 하나가 징벌적 손해배상이다.그러므로 징벌적 손해배상의 유용성은 실제 발생한 피해액에 구애받지 않고 많은 액수의 손해배상을 인정함으로써 불법행위의 피해자에 대한 구제를 두텁게 할 수 있다는 점에 있다. 하지만, 징벌적 손해배상을 일반적으로 인정할 경우의 문제도 적지 않다.예컨대 악의적인 가해자가 아닌 가벼운 과실로 인해 피해를 야기한 경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을 부과하는 것이 옳은가? 또한, 징벌적 손해배상을 인정할 경우에는 계약의 성실한 이행보다는 오히려 계약의 불이행으로 인한 징벌적 손해배상을 받는 편이 유리하다는 점을 이용하여 계약 불이행을 유도하는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우려도 결코 만만치 않다.
▣‘징벌적’ 손해배상이 필요한 경우는?징벌적 손해배상은 영국의 판례에서 시작되었고, 미국과 캐나다 등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국가들은 -마치 미국에서 널리 이용되는 유죄협상제도(Plea Bargaining)가 다른 나라에서는 보편화되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이를 보편적으로 이용하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정리될 수 있다.첫째, 법적 정의는 불법에 상응하는 정도의 형벌 또는 배상을 요구한다. 작은 불법에 대해 과중한 형벌, 지나친 배상을 요구하는 것은 그 자체로서 불합리하고, 정의에 반하는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둘째, 징벌적 손해배상이 널리 인정될 경우에는 이를 악용하고자 하는 도덕적 해이의 위험성이 커진다. 일부러 피해의 발생을 유도한 이후에 징벌적 손해배상을 통해 엄청난 액수의 배상을 청구하려는 사례들은 실제로 미국에서도 많이 발생하고 있다.셋째, 과도한 징벌적 손해배상은 영세 상인들을 몰락시키며, 기업의 발목을 잡고, 심각한 경우에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약화시킨다. 물론 소비자의 희생 하에 기업들을 성장시키는 것은 옳지 않지만, 거꾸로 기업의 희생을 전제로 소비자의 만족도를 높이는 것도 올바른 방향은 아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외적으로 징벌적 손해배상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도 있다. 예컨대 피해액의 정확한 입증이 어려워서 제대로 손해배상을 받기 어려운 경우, 공익적 필요성은 크지만, 도덕적 해이의 위험성은 매우 작은 경우 등이 그러하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조건을 갖추었을 때 예외적인 징벌적 손해배상을 인정하고 있는 경우가 몇몇 법률들에서 규정되고 있다.<계속><출처 : 펜앤드마이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