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가 30년을 이어온 벚꽃마라톤대회를 내년부터 영구 폐지하기로 했다. 최근 대회를 주관하는 경주시체육회에 교통혼잡 등을 이유로 행사 폐지 공문을 보냈다.공동 주최자인 한국수력원자력과 한국관광공사의 의견은 묻지 않았다. 다른 공동 주최자인 요미우리 신문 서부본사만 지난 6월 ‘코로나와 한·일 관계 등으로 내년부터 불참’을 통보한 것으로 확인됐다.이 소식이 전해지자 지역 체육계와 숙박업소를 비롯한 관광업계가 반발하고 있다. 이종석 경주시 육상연맹 회장은 “지방에서 1만명이 넘는 마라톤대회는 흔치 않으며 다른 지자체에서는 유치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실정”이라며 “생활체육을 통한 시민건강에는 관심이 없는 것 같고, 폐지를 결정한 경주시가 의아할 따름”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주시는 행사 당일 보문단지를 비롯한 도심 전역의 교통이 통제돼 시민들의 민원이 쏟아지고, 코오롱 구간 마라톤과 동아마라톤이 중복돼 재정이 낭비되며 코로나가 완화될 가능성도 불투명하다는 설명이다.또 지난 6월 25일부터 7월 4일까지 홈페이지를 통한 설문조사에서 301명의 시민 중 37%가 벚꽃마라톤 그대로 존치, 19%는 변경개최, 42%가 중단을 희망했다는 이유를 댔다. 마라톤 코스나 시간대를 조정하자는 19%가 사실상 중단을 희망한다는 해석이다. 시는 읍면동 이·통장과 체육회 관계자 684명을 대상으로 서면조사도 했다. 그 결과 54%는 그대로 존치, 25%는 변경개최, 중단은 20%에 그쳤다.이와 관련해 일부 시민들은 “경주시가 일방적으로 결정할 거면 설문조사는 왜 하냐, 일본인이 불참하는 등 무슨 다른 이유가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또 “교통혼잡은 매년 제기됐던 문제이고 행사가 30년 정도 거듭되면서 웬만한 시민들은 미리 일정을 파악하고 하루쯤은 외출을 자제하는 분위기”라며 “벚꽃마라톤은 관광객 유치에 많은 도움이 됐고 사실상 시민들도 가장 많이 참여하는 행사 중 하나”라고 비판했다.경주 벚꽃마라톤은 1992년 경주개발관광공사(현 경북문화관광공사)가 일본인 관광객 유치를 목적으로 제정했다. 이후 1994년부터 경주시가 공동 주최하다가 2000년부터는 직접 열고 있다. 행사비용은 3억원 정도이다.일본 요미우리 신문사와 협력해 초기에는 1500여명의 일본인이 참가하는 등 한·일 양국 문화·스포츠 교류의 장이 됐다.또 해를 거듭하며 해외 유명선수와 전국의 마라토너, 경주시민, 관광객 등 평균 1만4000여명이 참가하는 국제대회로 위상이 높아졌다.하지만 최근 몇 년 간 일본인 참가자가 300여명 안팎으로 줄었고, 경주시와 경북문화관광공사 등은 대만과 동남아권 국가 등을 대상으로 선수 유치 활동을 했다.벚꽃이 만개하는 3월 말~4월 초에 대회가 열려 선수들은 벚꽃길을 달리며 경주의 봄을 만끽하는 기회가 됐고, 지난해부터는 코로나19 여파로 선착순 3000명이 비대면으로 달렸다.주낙영 경주시장은 “대회 초기 일본 요미우리 신문사와 협약해 1500여명의 일본 관광객을 데려왔으나 기대와는 달리 참가 인원이 줄고 내년부터 불참해 사실상 국내대회로 전락하게 됐다”면서 “동아마라톤 등이 열리기 때문에 시민불편을 주는 벚꽃마라톤은 폐지하기로 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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