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젊은 늙은이도 있고 늙은 젊은이도 있다. 중요한 것은 나이가 아니라 어떻게 사느냐다. 몇 가지 예를 들어 보자. ▣ 고대 그리스의 비극작가 소포클레스가 ‘오이디푸스 3부작’을 완성한 것은 나이 여든 때 였다. ▣ 르네상스 시대의 천재 예술가 미켈란젤로는 팔순을 넘기면서 성 베드로 성당의 천장을 어떻게 만들지 고민했다. ▣ 비판 철학의 창시자 임마누엘 칸트는 70대 중반에 ‘인간학’을 저술했다. ▣ 증기기관 발명으로 산업혁명을 촉발한 제임스 와트는 예순이 넘어서야 독일어 공부를 시작했고 여든까지 발명을 계속했다. ▣ 독일의 시성 괴테는 숨지기 직전인 82세 때 필생의 역작 ‘파우스트’를 완성했다. ▣ 호주 출신 여성 투포환선수 루스 프리스는 만 100세가 되던 2009년 월드 마스터스 게임(1985년에 창설된 후 4년마다 개최되는 국제스포츠대회) 투포환 100~104세 부문에 혼자 참가해 4.07m를 던지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본인의 종전 최고기록은 4.72m였다. ▣ 아프리카 속담에 “노인 한 명이 죽는 것은 도서관 하나가 불타 없어지는 것과 같다”는 말이 있다. 노인의 경험과 지식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더없이 간결하게 표현한 비유다. ▣ 공자는 나라 정치가 잘되고 못되고를 ‘동네에 돌아다니는 어른이 얼마나 있느냐’로 판단했다고 한다. 어른의 경험과 식견이 크게 활용될수록 튼튼한 나라라고 본 것이다. ▣ 영국에서는 40년 전까지만 해도 100세 생일을 맞는 국민에게 국왕이 축전을 손수 보냈다. 지금은 관공서에서 대신한다. 어른을 높이 모시는 것이 사회의 전통으로 자리 잡은 좋은 본보기다. ▣ 미국 시인 헨리 롱펠로가 이렇게 읊조렸다. “노령은 젊음보다 못한 것이 아니고 다만 다른 옷을 입었을 뿐, 저녁 황혼이 깃들어 갈 때 하늘엔 낮에는 보이지 않던 별들로 가득하다!” 인간 사회는 청년의 열정, 패기, 순발력, 개방 정신, 학습 능력도 중요하지만 노년의 신중함, 경륜, 종합력, 판단력, 조정 능력도 필요하다. ‘청년’과 ‘노년’은 그렇게 상호 보완적이다. 인류의 지혜는 청년의 총기와 중년의 전문성과 노년의 통찰이 조화롭게 융합된 결과이며, 그런 조화가 잘 이루어질수록 건전하고 안정적인 발전을 이룩하는 사회가 된다.우리 사회는 그러나 나이가 많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모든 가능성을 박탈하는 그릇된 관행이 굳어져 있다. 민간 분야는 말할 것도 없고 나랏일을 다루는 공직 사회도 그렇다. 이래선 건강한 사회가 되기 힘들다. 누구나 늙는다. 나이를 부끄러워해야 하나? 중요한 것은 나이가 아니다. 어떻게 사느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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