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은 왜 그렇게 다른 지방과 다른가?”필자가 가끔 받는 질문이다. 호남 출신이 아닌 분들이 호남의 강고한 민주당 지지에 대한 답답함이나 분노를 드러낼 때 주로 저런 표현이 나온다. 문재인 정권의 폭주에 대한 분노가 커지는 그만큼 그분들이 호남에 대해 느끼는 이질감도 커지는 게 사실이다.심각한 것은 호남에 대해 느끼는 이질감이 단순히 정치적인 차원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호남 혐오는 우리 사회에서 매우 오랫동안 어쩌면 조선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도 있는 현상이지만 최근에는 호남 혐오를 넘어 아예 호남 증오로까지 이어지는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사회적인 경고음이 울리는 단계이다.인터넷이나 소셜네트워크에서는 ‘그 나라에 가려면 여권을 소지해야 한다’는 표현이 일종의 관용구처럼 쓰이고 있다. 진지하지 않은 농담이긴 하지만, 이 표현에 담긴 함의는 간단하지 않다. 농담처럼 튀어나오는 발언 뒤에 자리잡은 호남에 대한 사회적 이질감은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빙산의 일각이라고 할까, 겉으로 드러나는 사회적 현상은 수면 아래 더욱 거대한 분위기의 일부에 불과하다고 봐야 한다.더욱 심각한 것은 호남도 정반대 측면에서 비슷한 분노와 이질감을 느끼고 있다는 점이다. 장·차관 경력의 호남 인사들조차 “내가 전라도라고 해서 얼마나 설움을 당하고 차별 대우를 받았는지 아느냐?”는 이야기를 하곤 한다. 문제는 이런 소외와 차별에 대한 인식이 호남 출향민 2,3세에게까지 전달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호남 출신들이 대한민국 최대의 유권자 집단이라고 평가받는 것도 이런 정서적 동질감이 다른 지역 사람들에 비해서 압도적으로 강하고 질기게, 정치적 사회적으로 표현되기 때문이다. 호남인들끼리 느끼는 이 동질감이 커질수록 대한민국 다른 지역과 호남의 이질감은 더욱 극대화되고 적대화되는 악순환이 심화된다.우리 세대가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호남과 나머지 대한민국은 완전히 다른 민족, 다른 국가라는 적대적인 정체성이 고착화될 수도 있다. 이런 상황은 북한이나 중국 등 적대적인 세력들에게 악용되기 매우 쉬운 조건이다. 자칫하면 대한민국 해체라는 비극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얘기이다.이런 불행을 피하기 위해서는 문제의 근본 원인을 파헤칠 필요가 있다. 그 작업은 일단 호남의 산업 등 경제 구조에 대한 이해에서 출발해야 한다. 정치 현상은 보다 심층적인 사회 경제적 조건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호남의 독특한 정치적 선택이 나오는 배경에는 호남의 경제와 사회의 구조 그리고 그것이 변화해온 역사가 자리잡고 있다.1943년 6월 기준으로 호남에서 미곡을 500석 이상 수확하는 대지주의 숫자는 604명, 그들이 소유한 경지면적은 6만6796정보이다. 영남의 경우 대지주 숫자 422명에 4만4279정보이다. 지주 1인당 경지 규모는 호남이 110.5정보, 영남이 104.9정보이다(조선은행조사부, 『조선경제통계요람』, 조선은행, 1949. 이혜숙, 2008, 303쪽. 이택선 『취약국가 대한민국의 탄생』에서 재인용).이 통계를 보면 호남이 전체 경지면적이나 대지주 숫자, 지주당 경작규모 등에서 영남을 압도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정보(町步)는 일제강점기에 사용한 토지의 넓이 단위로 1정보는 3천평이다.1944년 기준으로 영남 인구가 전체 조선의 19.2%, 호남의 인구는 전체 조선에서 17% 비중이었다는 통계에 비춰보면 호남의 경우 농민의 구성비가 영남보다 훨씬 높았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호남이 경지면적은 영남보다 훨씬 넓은데 인구는 더 적다면 호남 농민의 숫자가 더 많았다고 추정하는 게 자연스럽다. 같은 시대 같은 한반도 그것도 바로 인접한 지역 농업의 1인당 생산성에 큰 차이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계속><출처: 펜앤드마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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