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덤정치는 정치인 셀럽에 대한 숭배로 나타나는데, 중도층이란 이념도 이익도 아니고 셀럽을 찾지 못해서 팬이 되지 못한 경우를 가리킨다.  팬덤 정치에서는 누군가를 뽑는 것이 아니라 나와 가장 비슷한 사람, 나를 만족시키는 사람, 곧 자신을 선택하는 선거가 된다. 팬은 셀럽에 투영된 자신의 모습을 확인하고자 한다.  개인의 선호에 따른 정치 소비 상황에서 공동체를 위한 진지한 선택이 어렵다. 현실의 불만을 해소할 해결책으로서 희생양을 찾고 제물을 잡아서 제사를 주재할 자를 지도자로 선택한다. 대립과 갈등의 증폭으로 유지되는 정치환경이 만든 전쟁에 가까운 적대적 관계의 심화는 보복과 복수의 잔치로 이끈다.  분노의 시대에 불만과 악의를 해소할 악당이 지도자로 선택된다, 대중이 독재자를 선택하는 것은 무지 때문만이 아니다. 역사는 규범을 파괴하고 문명을 허물어 스스로 야만을 추구하는 것이 선거를 통해서도 가능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대중은 악을 추구할 수 있고, 악을 선택하기도 한다.  대중의 선호에 의한 선거 결과에 좌우되는 민주정은 언제나 독재의 폭정과 동반하는 체제로서 동전의 양면이다. 민주정은 언제나 이러한 위험에 노출되어 있기에 선거에 의해서 선택이 되는 민의에 의한 폭정을 예상해야 한다. 집권세력의 실정에 대해서 정권교체가 있어야 한다고 하면서도 선택할만한 대안정당이나 지도자가 없다고들 말한다. 같은 후보자에 대해서 호감과 동시에 비호감이 존재하고 문제를 수습할 정치세력을 찾을 수 없다면서 선택의 어려움이 호소되는 것은 오늘의 현실의 반영일 것이다.  치열한 투쟁으로 분열을 키어온 정치가 공동체를 갈라 놓았고 갈라선 편 안에서도 신뢰를 찾을 수 없기에 지속되는 불신은 더 세분화된 분열로 이끌어 간다. 오래된 대립과 투쟁의 과정이 공통의 사회 기반을 허물어 버렸다.  그러나 모든 것이 무너진 터를 오히려 새 출발의 계기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선거라는 선택은 우리가 누구인가를 생각해 보는 것이다.  대한민국 헌법은 대한국민(大韓國民)을 주어로 서술된다. 대한국민이 헌법에 의해서 권력을 만든다. 권력의 성격은 대한국민이라는 정체성이 만드는 것이다.  대한국민은 자유민주정이라는 정치적 정체성에 의해서 대한민국을 건설했고 70여년간 이를 지켜왔다.  공화국은 혈연과 지연이라는 역사적 전승에 의한 것이거나 이익집단에 의한 것이 아니라 국가 구성원인 국민이 국민의 정체성에 의해서 만들어 가는 것이다. 침략에 대항해서 싸우고 내부의 혼란에 대처하면서 만들어 가는 공화국이다.  자기 편 외에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못하게 하는 심각한 분열과 혼란의 상황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누구인지를 다시 물 어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 질문에 답하는 것이 선거에서의 선택이다. 대선과 지방선거, 그리고 2년 후의 총선까지 이어지는 선거는 대한민국 미래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87체제로 불리우는 제6공화국의 지난 30년간 반대되는 이념 진영에 의한 적대적 공존관계로 유지되던 시대가 종결되고 그 기초가 된 이념의 기반이 소멸되었으며 극심한 분열과 대립 그리고 이것이 가져온 증오가 가득차 있다.  현실 문제를 타파하는 것은 물론이고 미래를 위한 새로운 질서가 마련되어야 한다. 2022년 선거는 국민 정체성을 다시 확인하는 시간이다.  지난 70여년간 존속하여온 대한민국이 어디로 갈지를 결정하는 순간이다.  무너진 진영이나 이익이나 선호에 따른 집단 정체성의 추구에 의한 선택이 아니라, 대한국민으로서의 우리의 모습을 발견하고 그것이 무엇인지를 확인하면서 이에 따라서 앞으로의 이곳에 사는 우리들 모두의 모습을 만들어 나가기 위한 결정을 해야하겠다. <출처: 펜앤드마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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