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한 아동양육시설 종사자가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고용노동청에 진정서를 낸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11일 대구지방고용노동청 서부지청에 따르면 남구의 한 아동양육시설 생활지도원이었던 A씨는 지난 8월 30일 휴게시간 근무에 대한 급여 지급을 요청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법인과 체결한 근로계약서에서 주·야간 총 13시간여를 휴게시간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지만 이는 지켜지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A씨는 연장·야간수당에 대한 보상을 요구했다.
이 시설은 사회복지법인 B재단이 운영하는 시설로, 부모의 사망이나 이혼, 질병 등 가정에서 보호받을 수 없는 만 18세 미만(취학시 20세)의 아동들이 지내고 있다.
사회복지사 A씨는 이곳에서 2018년 10월부터 2019년 11월 말까지 근무했다. 당시 원장 포함 18명이 근무했다.
아동 생활시설로, 심야시간 근무가 불가피한 데다 몸이 불편한 아동도 많아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했다. 휴게시간에도 회의와 교육, 지도 등 근무는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했다.
A씨 주장에 따르면 사회복지사 1명이 24시간 동안 10여 명의 아이를 돌보게 된다. 연령대도 미취학 아동부터 고3 수험생까지 다양하다.
이 중 ADHD(과잉충동조절장애), 분노조절장애 등을 겪는 아동들도 많아 자해를 하거나 창문을 통해 탈출하는 등 돌발행동도 자주 발생해 휴게시간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A씨는 “24시간 근무 이후 13.5시간 휴게시간으로 명시돼 있지만 그 시간 대부분이 아동들의 식사시간이며 병원진료에 동행하거나 취침준비를 도와야 한다”며 “보육일지 등을 새벽 2~3시께 매일같이 보고하기 때문에 법인측도 이 같은 문제를 잘 알고 있다. 근로계약서 작성은 근로기준법 위반을 피하기 위한 꼼수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사실상 근로계약서와 현장 근무가 일치하지 않는 것을 법인 측이 당연히 여겼다는 주장이다.
이 같은 사실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A씨는 당국에 근로계약서와 업무인수인계표(업무일과표), 보육일지 등을 제출했다.
A씨의 진정서 제출이 알려지자, 법인 측이 회유에 나섰다는 의혹도 함께 제기됐다. 직원들을 대상으로 ‘시간외근로 및 휴게시간 합의서’ 작성을 종용했다는 의혹이다.
주52시간 근로시간을 명확하게 하고 관련 민원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서라며 합의서에 직원들의 사인을 받았다.
뉴시스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추가 근로가 필요할 때는 사전에 원장 승인을 받아야 하고, 휴게시간의 자유로운 이용을 보장받았음을 확인한다는 내용이다.
문제는 이 같은 내용이 ‘합의서 작성 이전부터 적용되던 원칙임을 확인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직원들이 이전에는 관련 문제가 없었음을 함께 증명해야 하는 부담이 생긴 것이다.
익명의 한 직원은 “한 퇴사자가 진정서를 냈다는 이야기가 돌고 법인 측에서 합의서를 내밀었다. 이전까지 근로의 문제가 없었다는 내용으로 사인해야 하는데 재직자들에게는 사실상 강요가 아니고 뭐겠느냐”고 한숨 쉬었다.
대구지방고용노동청 서부지청 관계자는 “진정서 제출 내용을 토대로 관련 위반사항 여부에 대해 조사 중이다”며 “지난주에 조사할 예정이었으나 법인 측이 자료 보완 등을 이유로 이달 말 출석일자 변경을 요청해 왔다. 이전에 의견서를 먼저 받아 내용을 검토할 예정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