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김없이 찾아온 가을,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를 앞두고 펼쳐지는 혼란은 지난 30여년의 대한민국 제6공화국을 돌아보게 한다. “한국 기업은 2류, 한국 정치는 4류”라는 고 이건희 삼성회장의 95년도 발언을 소개한 어느 칼럼은 이 발언 이후 26년이 지난 오늘날 세계속의 초일류 기업이 등장하는 등 사회 각분야는 시대에 대응하여 변화해 왔고 여러 면에서 대한민국은 공화국으로서 위상을 자리잡았지만 정치는 후퇴한 현실을 지적하고 있다. 위 발언의 의미는 퇴보하는 정치가 모든 것을 정치로 환원하면서 한국사회의 발목을 잡아 모두 함께 추락하는 현상을 가리키는 것이 아닐까 싶다. 혼란의 도가니가 되어버린 정치 현실에서도 선거의 계절은 다가왔고 현실을 바꾸기 위해서 선택을 해야 하지만 선택할 정당이나 정치인을 찾기 어렵다는 말이 무성한 것은 퇴보한 정치에 대한 국민의 심정을 보여준다. 87년 민주화 이후 제6공화국의 민주정 30년은 실패가 아닌가 싶다. 정치가 사회변화를 따라가지 못한채 제6공화국 이전의 민주와 독재라는 구호만을 반복하면서 과거로 퇴행하였다. 세력으로서의 보수가 몰락한 이후 실질적으로 반대 정치세력을 배척하고 탄압하는 적폐청산이란 명분의 정치는 보수를 향한 한풀이를 넘어서서 모든 영역에서 공화국의 기본 질서를 무너뜨리고 과거의 명분을 내세우는 진영간의 전쟁 양상에 이르고 있다. 내년 선거에서 누가 승리하든 불안할 수 밖에 없음은 이합집산의 정치 상황에서 미래를 담당할 책임과 능력을 보기 어렵고, 현실 문제의 해결이나 미래 이야기를 듣지 못하기 때문이다, 30여년전 제6공화국이 모색했던 통합이라는 과제는 이행되지 않고, 정파간의 과거 명분의 전쟁만이 남은 현실에서 과연 민주정이 지속가능할까라는 의문을 갖게된다. 누가 승리하든 다음 정권은 잠재적인 전쟁 상황을 잠재우고 평화를 회복할 수 있을까? 극단적 대립 상황에 처한 제6공화국은 단일한 하나의 공화국으로서 유지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게 된다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를 지향했던 제6공화국의 오늘은 우리의 실체를 보게 하였다. 촛불혁명으로 이루었다는 새로운 시대에 조국 사태와 조국사태 시즌2라고 불리우는 대장동 게이트등 막장에 이른 우리 현실이 드러났다. 어떤 명분으로도 현실을 가릴 수 없음에도, 현실을 인정하지 아니하고 진영의 존속과 이를 위한 선거의 승리라는 유일한 목적을 위한 뻔뻔스러움이 과거의 명분을 대체하는 명분 아닌 명분으로 내세워진다. 명분을 투쟁에 끌어들이는 모습은 우리 사회 구조의 내면의 실체를 불러낸다. 한국 사회의 실체가 자기가 속한 연고 집단을 수단으로 해서 개별적으로 권력을 추구하는 파편화된 사회라는 점은 여러 연구자들이 이야기해 왔다. 헨더슨과 기무라 간의 지적처럼 연고를 통해서 중앙 무대를 지향하면서 상승으로 나아가는 소용돌이 모습이거나 헨더슨의 모델을 수정한 이영훈의 나선형 사회모델로 설명된다. 리(理)를 중심으로 하는 중심과 주변의 모델로 설명한 오구라 기조의 설명도 이러한 소용돌이의 지향성을 확인하게 한다. 소용돌이 안에서의 상승을 향한 투쟁을 지향함은 명분으로 정당화되고 힘을 얻는다. 명분에 가리워진 상승을 위한 투쟁 지향이 우리 모습이다. 이영훈 교수가 대한민국사에서 87년까지의 공화국 대한민국 역사를 서술하면서 건국의 과정은 계속 진행중이라고 표현한 것처럼, 국가 건설의 전반기를 지난 후의 제6공화국은 이어서 국가 건설을 마무리해야 했는데, 그후 30여년을 지나서 마주한 건국 시기와 같은 혼란과 분열의 상황을 보면 다시 원래의 우리 모습으로 돌아간 듯 하다. 언젠가는 소용돌이 자체가 무너져 내려서 추락하는 위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은 오직 상승의 소용돌이에 모든 것을 걸면서 공동체의 틀을 만드는 노력을 게을리 하였다. 제6공화국 체제는 그러한 우리의 본래의 모습에 맞기에 오늘까지 이어오지 않았나 싶다. 우리의 문제는 민주정의 가을과도 함께 한다. 자유민주정의 궁극적 승리라는 후쿠야마의 역사의 종말 주장은 철회되었다. 인터넷으로 연결된 네트워크 사회는 사회 양극화와 기술전체주의라는 위험을 만들었다.  <계속> <출처: 펜앤드마이크>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