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사는 김모씨(46세)는 최근 카드론 금리를 조정한다는 H카드의 통지문을 받고 깜짝 놀랐다. 금리를 기존 8%에서 12%로 올린다고 전달 받았기 때문이다. 상승률로 따지면 50%나 증가하는 셈이다. 정부의 가계부채 정책이 당초 목표와 다르게 중저신용자로 불똥이 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카드론의 금리가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다. 평균금리 2%포인트가 늘었고, 여기에 우대금리까지 폐지되면서 대략 4%포인트 금리가 증가하고 있다.
실제 여신금융협회 카드대출상품 수수료율 공시에 따르면 신한, KB, 삼성, 현대, 롯데, 우리, 하나, NH농협카드의 지난달 신규 카드론의 평균(대출금액 가중평균) 금리는 11.46~15.43%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6월 금리인 12.45∼13.52%와 비교해보면, 하단은 0.99%포인트 하락했지만, 상단 부분은 2%포인트 가까이 상승했다. 여기에 우대금리(2%)마저 폐지되면 카드론 금리는 대략 4%포인트 가까이 치솟게 된다.
금융당국의 총량규제가 카드론의 금리를 끌어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카드사들이 정부의 대출총량에 맞추기 위해 평균금리를 올리고 우대금리를 폐지하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대출을 줄이기 위한 첫 단추는 우대금리를 폐지하고 평균금리를 올려 대출 수요를 끊는 것”이라며 “더구나 우대금리 폐지는 마케팅 비용을 감축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더구나 지난달 26일 발표된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방안이 카드론 금리를 정점으로 찍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카드론이 내년 1월부터 DSR 규제에 포함되자, 가수요가 창출되고 카드사들이 이를 막기 위해 금리를 잇달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가계부채 관리방안의 초미의 관심사는 전세대출이었지 카드론이 아니었다. 전세대출이 전체 가계부채의 절반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어떤 ‘묘수’로 전세대출을 보호하면서 가계부채 증가세를 막는지가 화두였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금융당국의 ‘묘수’는 이번 정책에 없었다. 당국은 전세대출을 총량규제와 DSR규제에서 제외하고, 가계부채 증가세 목표치를 기존 보다 낮췄다. 즉 가계부채 증가세 막는 것을 포기하는 대신, 전세대출 보호를 선택한 것이다.
문제는 전세대출과 달리 카드론 규제는 더 강화됐다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주택 실수요자는 규제를 받지 않는데, 생활자금 실수요자만 고강도 규제를 받는 셈이다.
이를 두고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방안은 실패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금융당국이 기존에 목표로 했던 정책 취지는 전혀 반영이 안 됐다”며 “가계부채 증가세 목표치는 완화됐고 카드론 규제만 더 강화되는 꼴이 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카드론을 이용하는 중저신용자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중저신용자의 대출이 어려워지는 만큼 이들에 대한 재정지원을 추진하고, 동시에 카드사들의 금리 산정체계가 합리적으로 진행되는지 점검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재 카드사의 금리 산정 체계를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있다”며 “다만 개별적인 금리에 대해서는 금융당국이 개입하기 어렵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