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당국이 수년간 낙동강 최상류에서 중금속 발암물질인 카드뮴(Cd)을 불법 배출한 석포제련소에 과징금 281억원을 부과했다.
환경부는 ‘환경범죄 등의 단속 및 가중처벌에 관한 법률’(환경범죄단속법)에 따라 ㈜영풍 석포제련소에 과징금 281억원을 부과했다고 23일 밝혔다.
환경범죄단속법은 오염물질을 불법 배출하는 환경범죄를 특별 관리하기 위해 마련됐다. 지난해엔 불법 영업이익을 환수할 수 있도록 과징금 제도를 개선했다. 석포제련소는 지난해 11월 27일 개정법이 시행된 이후 처음 과징금이 부과됐다.
환경부는 2018년 12월부터 4개월간 제련소 인근 국가수질측정망 두 곳에서 하천수질기준(0.005㎎/ℓ)을 최대 2배 초과한 카드뮴이 검출된 사실을 확인하고 조사에 들어갔다.
환경부 소속 대구지방환경청이 2019년 4월14일부터 이틀간 제1·2공장 인근 낙동강에서 수질을 측정한 결과 기준을 최대 4578배 초과한 카드뮴 2만2888㎎/ℓ가 검출되는 등 유출 정황이 처음 포착됐다.
환경부 중앙환경단속반이 같은 해 4월 17일부터 사흘간 실시한 특별 단속에선 무허가 지하수 관정 52개가 발견됐다. 관정 52개 가운데 30개에선 지하수 생활용수기준(0.01㎎/ℓ)을 초과한 카드뮴이 검출됐다.
이에 대구지방환경청은 5월9일부터 올해 5월8일까지 2년간 ‘지하수 오염방지 명령’을 내리고, 제련소 측이 매월 자체 조사한 하천수·지하수 현황을 보고받고 있다.
환경부가 그간 보고 내용을 분석한 결과 공장 내부에서 유출된 카드뮴이 공장 바닥을 통해 토양, 지하수를 오염시킨 뒤 낙동강으로 유출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공장 내 지하수에선 생활용수기준(0.01㎎/ℓ) 대비 최대 33만2650배에 이르는 3326.5㎎/ℓ가 검출됐다. 낙동강 복류수와 지표수에선 하천수질기준(0.005㎎/ℓ) 대비 각각 최대 15만4728배, 120배 많은 773.64㎎/ℓ, 0.602㎎/ℓ가 검출됐다.
한국지하수토양환경학회 등이 2019년 8월 말부터 1년여간 형광물질을 이용해 수행한 연구에서도 카드뮴 공정액이 토양과 지하수를 거쳐 낙동강으로 유출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공장 내부 지하수 관측정에 형광물질을 주입한 후 2일 만에 공장 바깥에서 최고 농도가 측정됐다.
이에 대해 김종윤 환경부 환경조사담당관은 “카드뮴이 빠르면 2일 만에 낙동강에 유출된다는 사실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지하수 유출량과 카드뮴 오염도 조사 등을 통해 추정한 낙동강 카드뮴 유출량은 하루 22㎏, 연 8030㎏에 달했다.
대구지방환경청이 조사 내용을 토대로 올해 4월 14일 낙동강 수질을 재조사한 결과 10곳 중 8곳에서 카드뮴 4750㎎/ℓ가 측정됐다. 이는 하천수질기준을 최대 950대 초과한 것이다.
환경부가 과징금 부과를 위해 올해 8월부터 두 차례 현장 조사한 결과 평상시 낡은 공장시설에서 카드뮴 공정액이 바닥에 떨어지거나 흘러넘쳤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제1·2공장에선 하루 40㎜ 이상, 제3공장에선 하루 33㎜ 이상 비가 내리면 사업장 바닥에 있던 각종 원료 물질과 폐기물, 카드뮴 공정액이 빗물과 함께 섞여 낙동강으로 유출된 것으로 조사됐다.
환경부는 또 석포제련소가 지난 2015년부터 경북 봉화군의 토양정화명령 행정처분을 성실히 이행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봉화군이 2015년과 지난해 두 차례 실시한 토양오염 정밀조사를 보면 1차 조사 시 확인된 오염토양은 6만5620톤이었다. 그러나 5년 뒤 2차 조사에선 건축물 하부 토양을 제외했음에도 오염토가 30만7087톤으로, 5년 새 무려 467%나 증가했다.
반면 환경부에 따르면 제련소는 6년간 오염토 30만7087t 대비 3.8%인 1만1674톤만 정화했다. 환경부는 석포제련소가 카드뮴 유출을 중단하기 위한 노력 없이 단순히 유출된 일부만을 회수하고 있다고 봤다.
이에 환경부는 환경범죄단속법에 따라 석포제련소에 과징금 281억원을 부과했다.
과징금은 위반 사업장의 3년간 연평균 매출액의 5% 이내로 책정된 ‘위반부과금액’과 오염물질 정화에 필요한 ‘정화비용’을 더한 금액이다. 이번 과징금 액수에는 정화비용이 포함되지 않았지만, 추후 토양·지하수 정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정화비용도 부과할 예정이다.
한편, 석포제련소는 지난 8일부터 10일간 조업이 전면 중단된 바 있다. 경북도가 ‘물환경보전법’ 위반을 이유로 조업정지 20일 처분을 내렸지만, 대법원에서 절반인 10일만 유효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김 담당관은 “과징금 부과 이후에도 낙동강 수질 및 수생태계 보전을 위해 석포제련소 지도·점검을 강화할 예정”이라며 “제련소에서 카드뮴의 낙동강 불법 배출을 지속할 경우 2차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 강력한 행정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영풍은 이날 발표 직후 자료를 내고 “과징금 부과와 관련해 지역사회 주민들께 죄송하다”면서 해명에 나섰다.
무허가 지하수 관정 52개에 대해선 “공업용수로 사용하기 위한 목적이 아닌 오염 지하수를 양수해 정화 처리하면서 낙동강으로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한 시설”이라며 “무허가라는 지적이 있어 즉시 폐쇄했고, 환경부 오염지하수 방지 명령에 따라 적법하게 67개 관정을 다시 설치했다”고 해명했다.
유출 중단을 위한 근본적이고 실질적인 노력이 없었다는 지적에 대해선 “제련소는 습식공장 하부 바닥 내산타일 전면 교체 등 삼중 안전망, 빗물 저류조와 이중 옹벽조 정비, 배수로 등 집수로 개선을 이미 완료했다”고 반박했다.
카드뮴 유출량이 하루 22㎏로 추정된다는 분석에는 “입증된 사실이 아니다”, 카드뮴 공정액을 부적정하게 운영했다는 지적엔 “공정 과정에서 넘친 공정액을 전량 회수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공장부지 내 오염된 지하수가 낙동강에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 430억원을 들여 1·2공장 외곽 하천부지 지하에 ‘지하수 차집시설’을 설치하고 있다”며 “빗물 등 비점오염원 수질오염을 차단하기 위한 저감시설을 추가로 확충하는 등 환경오염 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