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소나기에 구멍난 핵우산?
‘구멍난 핵우산’과 관련한 우려는 2010년에도 있었다. 오바마 행정부가 제3차 NPR을 발행하면서 NSA와 NFU를 포함시켜 동맹국들을 놀라게 한 것이었다.
오바마는 상원의원 시절부터 ‘핵평화’를 강조해온 인사였고, 당선 후인 2009년 4월 5일 ‘핵무기의 숫자 및 역할 감축’을 역설한 ‘프라하 연설’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했고 핵안보정상회의도 개최했다.
하지만, ‘오바마 핵이니셔티브’에는 치명적인 함정이 있었다. 모든 나라가 동참하는 경우 세계 핵안전은 크게 개선되겠지만, NPT를 무시하고 핵무기 개발을 꾀하는 나라가 있는 경우, 그 상대국의 핵안보는 크게 악화될 수 있었다.
새로이 핵보유국으로 등극한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한국이 가장 직접적인 피해국이 될 것이 뻔했다. 당시 필자는 이명박 대통령 외교안보자문교수 회의에서 ‘핵우산 무력화’를 경고했고, 이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전화를 받았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답했다.
사실 그랬다.
오바마 대통령은 핫라인을 통해 북한과 이란은 NSA와 NFU의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통보해 주었고, 이후 미 정부도 이를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하지만 이번에 바이든 행정부가 검토 중인 NFU와 Sole Purpose 조항이 포함된 NPR이 발행된다면, 2010년때보다 훨씬 더 심각한 내용이 될 전망이다.
NFU가 천명되면 북한은 전쟁을 도발하더라도 핵을 사용하지 않으면 미국의 핵응징을 걱정할 필요가 없어지며, Sole Purpose 조항까지 포함되면 핵을 사용하더라도 미 본토에 대한 핵공격이나 핵위협을 가하지 않는 한 미국이 한국을 지키기 위해 핵을 사용하는 일은 없다는 것이 된다.
혹자들은 NPR의 내용이 이렇게 바뀐다고 해서 내일 당장 전쟁이 일어나느냐고 반문하겠지만, 핵우산에 구멍이 뚫리는 것을 그냥 지나치는 것이 ‘최악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는 안보의 정론에 부합한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요컨대, NFU는 미국이 한국방위를 위해 한국에 약속하고 있는 확대억제(Extended Deterrence)’의 핵심 부분인 핵우산 공약을 약화시키며, Sole Purpose 조항은 핵우산 공약을 아예 무력화시키는 독소조항이 될 수 있다.
▣‘America First’에서 ‘America Only’로?
요즘 미국은 과거의 미국이 아니다. 안보를 연구하는 사람이라면 한미동맹이 예전같지 않다는 사실을 부인하기 어렵다.
가장 큰 원인은 미국인들을 깜짝 놀라게 한 문재인 정부의 ‘친북·친중·탈미·반일’ 기조이지만, 미국에서 발원한 원인들도 만만치 않다.
‘America First’를 외치면서 등장한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정책을 ‘거래’ 관점에서 다루면서 전통적인 동맹가치가 많이 희석된 것이 사실이지만, 트럼프의 신고립주의 정책을 비판하면서 등장한 바이든 행정부는 한 수 더 떠는 것 같다.
과거의 미국은 동맹국의 안전을 위협하거나 동맹의 가치를 훼손하는 사안들은 쳐다보지도 않았지만, 지금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의 좌파들이 추진하는 종전선언·평화협정을 놓고 한국의 ‘영혼없는 공직자들’과 대화를 하고 있고, 거기에 더하여 핵우산에 큰 구멍을 낼 수 있는 NFU와 단일 목적 조항을 NPR에 담으려 하고 있다.
‘America First’를 넘어 ‘America Only’로 가겠다는 것인지 모를 일이다.
동맹협력을 중시하겠다고 했던 스스로의 공약을 외면하는 바이든 대통령을 보면, 차기 정부의 동맹외교 과제가 무척 엄중해 보인다. <출처: 펜앤드마이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