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의민주주의 정치가 유권자의 합리적 판단이나 정책 선호가 아닌 개인적 인기나 집단 분위기가 지배하게 될 것이라는 주장은 아주 오래전부터 지속되어 왔다.
대표를 선출하는 정치제도가 우중정치(demagogoia)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플라톤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유권자들이 후보나 정당이 내놓은 정책 중에 자신의 선호에 맞춰 투표한다는 위상투표(spatial voting)은 거의 기대할 수 없다.
각 선거캠프들이 유불리를 계산해 만든 선거 공약들간에 별 차이가 없고 잘 지켜지지도 않는다는 것을 유권자들이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대중을 유혹 아니 현혹시킬 수 있는 달콤한 정책들을 내놓은 일이 일상화되고 있다.
최근 몇 차례 선거에서 파격적 공약 신드롬을 일으켰던 허경영 후보나 이재명 후보의 이른바 기본 시리즈가 대표적 경우다.
물론 이런 비현실적이고 인기영합적 정책을 믿고 지지하는 유권자가 압도적으로 많은가도 의문이기는 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지지 정당이나 후보를 선택할 때 사람들이 후보자의 외모나 이미지 혹은 경력 같은 개인적 요인들을 가지고 평가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정치학 용어로는 ‘인물투표’이고 심리학에서는 ‘주변적 경로에 의한 판단’이라고 하는 것이다.
특히 미디어정치 시대에 들어서면서 정치인들의 용모나 언변이 중요해진 것도 이런 변화를 더욱 촉진시켰다. 그렇지만 이미지 투표행태를 무조건 비판할 수는 없다. 후보자 이미지에는 과거 경력이나 능력에 대한 평가와도 연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미지 정치가 자기 후보의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것이 아닌 상대 후보에 대한 비난 즉, 네거티브 공세가 주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가열되고 있는 대통령 선거전 양상을 보면, 여·야 모두 상대방 후보에 대한 비방전으로 도배되고 있다.
각 후보 진영에서 간간이 분야별 정책들을 발표하고 있지만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고 일회성 이벤트처럼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 대신 후보는 물론이고 가족, 친지 심지어 선거캠프에 관련된 인사들의 개인 신상들까지 공방전의 소재가 되고 있다. 마치 네거티브 선거가 양적·질적으로 진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바람직하지 않은 방향으로 양적·질적 진화가 가속화되는 근원은 ‘정책기능이 상실된 무능정당’이다.
다음으로 후보 주변의 개인 문제들을 흥밋거리로 포장해 상업적 이윤을 추구하는 언론 혹은 인터넷 매체들이라 할 수 있다.
인터넷 포털이나 유튜브에서 벌어지고 있는 선정성 썸네일 경쟁이 네거티브 선거공방전을 더욱 가열시키고 있는 것이다.
현재 연일 계속되고 있는 네거티브 폭로전 이면에는 매우 의미심장한 의도가 숨어있는 것 아닌가 싶다.
대통령 후보나 주변 사람들에 대한 네거티브 공세를 주도하고 있는 것이 바로 집권 여당이라는 것이다.
윤석열 후보와 부인, 장모는 물론 검찰 재직 시절 사건이나 인물들까지 들춰내 공세를 퍼붓고 있다.
심지어 이재명 후보의 최대 아킬레스 건이라 할 수 있는 대장동 스캔들까지 윤석열 후보와 연관지어 네거티브 공세를 벌이고 있다.
특히 경찰, 검찰, 공수처까지 나서 경쟁적으로 윤석열 공격 거리를 찾아내려 애쓰는 모습은 여당의 선거전략이 어디에 초점 맞추어져 있는가를 알 수 있다.
<계속>
<출처: 펜앤드마이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