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규정의 취지는 선거인의 공정한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허위사실을 공표하는 행위 등을 처벌함으로써 선거운동의 자유를 해치지 않으면서 선거의 공정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선거과정에서 유권자에게 허위사실이 공표되는 경우 유권자가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없게 되어 민의가 왜곡되고 선거제도의 기능과 대의민주주의의 본질이 훼손되기 때문이다.
선거방송토론은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공정성에 최우선의 무게를 두어야 한다.
공직선거 후보자가 선거방송토론회에서 거짓말을 하면 수많은 ‘가짜뉴스’를 언론이 확대 재생산하게 만든다.
미국 정치학자 존 미어샤이머(John Mearsheimer)는 ‘국가 간에 오가는 거짓말보다 지도자가 자국 국민에게 행하는 거짓말이 더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 후보자가 선거방송토론회에서 거짓말을 해도 된다는 대법원 판결의 논리는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적극적인 거짓말이 아닐 경우 처벌대상이 아니라면 소극적인 거짓말은 용인될 수 있다는 논리도 논란이 확산되기는 마찬가지다.
표현의 자유를 위해 거짓말을 허용하고 적극적인 거짓말이 아니면 공직선거 후보자를 처벌하지 않는다면 선거방송토론은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어렵게 될 것이다.
공정성이 훼손된 선거는 그 정당성을 확보할 수 없다는 점에서 공정성은 모든 공직선거를 지배하는 실천원리가 되어야 한다.
제20대 대통령 선거방송토론, 선택은 유권자들의 몫이다
우리는 이미 역대 대통령 선거에서 허위사실을 공표하여 선거를 혼란스럽게 만든 대형 사건들을 경험했다.
필자는 친일 청산을 제대로 하지 못한 역사 못지않게 대통령 선거에서 거짓말 청산을 제대로 하지 못한 현실을 안타깝게 생각해 왔다.
이재명 경기지사도 지방 선거방송토론에서 거짓말을 했지만, 최종 심급에서 무죄 판결을 받아 여느 정치인들처럼 거짓말을 했더라도 일시적인 소동을 일으킨 후 면죄부를 받을 것으로 보았다.
그런데 이재명 지사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차기 대통령 후보가 되었다.
그리고 이재명 후보 재판 건에 참여했던 권순일 대법관이 퇴임 후 대장동 개발사업 시행사인 화천대유에서 고문으로 일하면서 고액의 변호사 수임료를 받은 것이 사후수뢰죄가 될 가능성이 강하게 제기되었다.
재판에 영향을 미치거나 의심을 살만한 행위로 인해 이재명의 선거방송토론 거짓말의 대법원 무죄 판결은 다시금 그 정당성이 의심을 받게 되었다.
이재명 후보 거짓말에 대한 법적 판단은 대법원 선고로 일단 종결되었다.
그런데 언론에 관한 사안은 법원 판단에 이어 사상의 자유시장(marketplace of ideas)인 공론장에서 심층적으로 논의해 왔다.
공론장에서 진실을 밝히는 작업은 이제 시작되었고, 상당 시간이 걸릴 수 있다.
그러나 제20대 대통령 선거방송토론회는 곧 시작될 예정이다.
선거방송토론은 정치인 입장에서는 강력한 홍보 수단이고, 유권자 입장에서는 미디어가 취사선택한 정보가 아니라 후보자의 인격 자질 능력 등을 직접 비교해 볼 수 있는 정보를 접하게 된다.
하지만 이번 선거방송토론부터 유권자들은 진실을 다투는 후보자들의 발언 중에 거짓말이 있는지를 면밀하게 살펴야 하는 부담을 가지게 되었다.
이제 정치인의 거짓말에 속든지 받아들이든지, 국가를 이끌어갈 차기 지도자를 평가하는 역할은 유권자들의 몫이 되었다.
지난 지방 선거방송토론회 거짓말에 대해 대법원이 내린 무죄 판결 사건 이후에 실시되는 대통령 선거방송토론에서 후보자의 거짓말에 대해 유권자들은 어떤 판단을 할지 궁금하다.
<출처: 펜앤드마이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