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지자체가 오토캠핑장 시설을 조성하고도 3년이 넘게 운영을 못하고 있다. 4차순환도로 건설 공사로 캠핑장 진입 자체가 어렵기 때문이다.
캠핑장 오픈 준비를 완료하고도 한국도로공사의 도로 건설이 마무리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새로 조성된 대부분의 캠핑장 시설물이 제대로 쓰이기도 전, 매해 비바람에 방치되고 있는 셈이다.
지난 18일 대구 동구청 등에 따르면, 용암산성 캠핑장은 용암산 일대 4580㎡ 부지에 사업비 14억원을 들여 카라반 3동과 캠핑 사이트 17면 등을 조성했다. 2017년 실시설계를 마치고 2018년 완공했다.
시설물 조성을 완료한 지 3년이 훌쩍 넘었지만 캠핑장 진입로가 도로 건설 공사에 막혀 아직도 개장하지 못하고 있다.
달서구 성서공단~칠곡군 지천면~동구 상매동을 연결하는 대구도시외곽순환도로(4차순환도로)는 내년 상반기 완공될 계획이다. 당초 연내 개통 예정이었지만 교량과 터널 등 대형 구조물 설치 등으로 공사가 일부 지연됐다.
문제는 동구가 새로 조성한 오토캠핑장 진입로 바로 위로 4차순환도로 일부 구간이 지나가게 됐다는 점이다. 산 속에 위치한 캠핑장을 이용하려면 하나뿐인 진입로를 거쳐야 하는데 진입로 바로 위로 도로가 만들어진 것이다.
터널 두 개가 건설되면서 공사로 인해 진입로 바로 앞 정문까지 근접조차 어렵다. 현재도 건설 중인 도로 너머 멀찌감치 새로 지어진 캠핑장을 바라볼 수 밖에 없다.
건설 중인 도로 구간은 애초 계획안이 아닌 노선이 일부 변경되면서 진입로 가까이 지나가게 됐다는 게 한국도로공사 측 설명이다. 현 노선은 2017년 7월 설계가 변경됐다.
한국도로공사 관계자는 “천연기념물인 도동 측백수림을 보호하기 위해 도로 선형을 재설계하는 등 노선을 변경할 수밖에 없었다. 또 공사로 인한 안전상 문제로도 (진입로를 쓸 수 없어) 개장이 어려웠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캠핑장 앞 수로 공사 중으로, 마무리되는대로 운영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구청 관계자는 “캠핑장은 실시설계 이전 2015년 공모사업으로 진행했다. 누가 먼저였는지 현재로서는 파악하기 어렵다. 하지만 도로공사 진입로 완공이 안 되고 있어 개장이 지연되고 있는 것은 맞다”고 했다.
구청은 그간 도로공사 측에 진입로를 쓸 수 있도록 최대한 빨리 공사를 마무리해 달라고 요구했고, 도로폭 확장과 아스팔트 포장 등에 대한 협의도 계속해 왔다는 입장이다.
취재 결과 캠핑장 진입로 앞 수로 설치와 도로폭 확장, 포장 등에 대한 공사는 한국도로공사 측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최초 도로 설계 시 한국도로공사와 동구청 간 협의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계획단계에서 설계 변경(2017년 7월), 캠핑장 조성 계획안 확정(그해 9월) 시점을 감안하더라도 결국은 세금만 낭비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유일 천연기념물인 측백수림 여부를 한국도로공사가 설계 단계에서 몰랐을 리 없고, 만약 그로 인한 노선 변경이 불가피했다면 구청도 캠핑장 조성을 미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동구청이 한국도로공사 측 편의를 우선했다고 해석될 여지도 있다. 세금을 들여 조성한 카라반 등 시설물들이 쓰이지도 못해 낙후돼 가는 대신 도로 공사가 우선됐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익명의 구의원은 “도로공사 측이 지자체 사업을 가볍게 봤을 수도 있다. 설치를 다 마친 캠핑장을 3년 넘게 놀린 것 아닌가”라면서도 “동구청도 애초 캠핑장 계획 당시 4차순환도로 공사 계획을 몰랐을 수 있다는 의구심이 든다. 결국은 구청이 도로 건설을 우선했을 수 있다는 의미”라고 짚었다.
동구 주민 A씨는 “도로공사 측이나 구청이나 애초부터 이런 것들을 신경쓰지 않고 사업을 진행한 게 아쉽다. 구에서 만든 유일한 캠핑장인데, 3년 넘게 멀쩡한 새 시설물들을 묵힌 게 아닌가. 낡아진 시설물을 다시 교체하거나 보수하는 비용도 모두 세금인데 너무 안일하게 대처한 것 같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