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 사는 40대 주부 A씨는 칠성시장 완구거리에서 또다시 걸음을 되돌렸다. 벌써 몇 주째 찾고 있지만 늘 ‘품절’이다. 초등학생과 중학생 두 아들을 둔 A씨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기 위해 수개월 전부터 일찌감치 서둘렀다. 속으로는 포켓몬 카드가 뭐라고 싶었지만, 열광하는 아들들 성화에 못 이겨 이번 주말에도 카드 찾기에 나섰다. 걸음을 돌리는 순간에도 “오늘은 카드 입고됐나요?”를 묻는 목소리들이 여기저기서 들렸다. 몇몇 가게는 ‘포켓몬 품절’을 입구 앞에 붙여놓았다. 26일 관련 취재에 따르면, 포켓몬 카드 열풍이 다시 불고 있다. 수년째 이어지는 인기지만 희귀템 수집에서 나아가 재테크 일환으로도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초등학생들 사이에서도 ‘돈이 된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일명 ‘카드 까기’에 더욱 열광하고 있다. 희귀템이나 인기 캐릭터를 뽑을 수 있는 포켓몬 ‘카드 명당’도 돈다.  캐릭터 카드는 누구나 한 번쯤 유년시절 열광했을 만큼 인기 놀이다. 코로나19가 가져온 변화 중 하나로, 저연령층 사이에서도 플레이(놀이)를 너머 수집, 제테크 의미가 더해지고 있다. 랜덤형으로 박스당 들어있는 희귀 아이템을 찾기 위해 들이는 비용도 상당하다. 인기가 높을수록 교환이 아닌 고가로도 거래된다. “누구는 얼마에 팔았다더라” 등 이야기가 돌면서 열풍을 부추긴다. 칠성시장 완구점 관계자는 “아이들 사이에서도 사고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원래부터 인기가 많았던 아이템이긴 하지만 올해 들어 찾는 사람이 부쩍 는 것 같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물량이 들어오는데 반나절만에 모두 소진될 정도”라고 말했다.  인터넷 중고 거래사이트나 커뮤니티 등에서는 카드 한 장에 수십만원까지 거래된다. 몇 달 전 25주년 발매한 기념카드는 판매가가 20만원이었지만 수백만원으로 거래가가 껑충 올랐다. 그야말로 ‘부르는 게 값’이란다. 일부에서는 확률형 아이템에 열광하는 이같은 상황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사행성 게임에 쉽게 빠질 수 있고 자칫 부모와의 갈등관계도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허창덕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전보다 경제개념이 높아진 부분도 영향을 끼쳤을 수 있다. 나름의 경제활동으로 판단해 희귀성 카드를 계속해서 찾게 되는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그 나이대에 할 수 있는 ‘한 때’가 아닌 경제적인 매력으로 다가오면 더욱 빠질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자칫 원하는 것을 갖지 못한 아이들의 상실감이 부모와의 관계를 그르칠 수 있다. 상황에 따라서는 부모에 대한 불만을 가중시킬 수도 있다”며 “함께 하는 놀이로서의 의미가 아닌 사행성으로 변질되고 고가의 거래가 이어지지 않도록 부모의 적절한 지도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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