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어도 10월 이후에는 물가가 안정세를 찾아갈 것이라는 정부 입장과 달리, 국민들이 체감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배추, 파 등 농산물 가격의 오름세가 지속되는 탓이다. 여기에 업계에서도 라면, 우유 등 식료품 가격을 덩달아 올리는 추세다. 4분기에는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 인상이 예고돼있다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19일 통계청의 소비자물가동향 자료를 보면 지난 8월 신선식품지수는 119.80으로 전년 대비 14.9% 상승했다. 이는 해산물, 채소, 과일 등 계절·기상 조건에 따라 가격 변동이 큰 55개 품목으로 구성되는 지수로 체감 물가를 설명할 수 있는 보조지표 가운데 하나다. 이 지수는 7월(13.0%)부터 최근 2개월째 연속 10%대 상승세를 기록 중이다. 또한 지난 4월부터 5개월 연속 오름세이기도 하다. 올여름 폭염과 집중호우 등 기후 악화로 인한 작황 부진으로 채소, 과일 가격이 급등한 탓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지난달에는 신선채소와 신선과실이 각각 28.0%, 9.6%의 큰 상승률을 기록했다. 신선어개(생선·해산물)는 2.8%로 이보다는 상승 폭이 작았다. 주요 품목별로는 배추(78.0%), 오이(69.2%), 파(48.9%) 등이 비교적 큰 가격 상승 폭을 보였다. 이외에 수입쇠고기(19.9%), 돼지고기(3.8%), 포도(22.0%), 호박(83.2%) 등도 지난해보다 비싼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다른 보조지표인 생활물가지수는 110.35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6.8% 뛰었다. 이 지수는 전체 460개 품목 가운데 구입 빈도가 잦고 지출 비중이 커 가격 변동을 민감하게 느끼는 144개 품목으로 작성된다. 해당 품목을 식품으로만 한정하면 상승 폭은 8.9%까지 확대된다. 식품 이외에 품목의 상승률은 5.5%다. 앞으로 김장철에 접어들게 되면 서민들의 장바구니 채우기는 더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 벌써부터 김치를 `금(金)치`로 부르는 등 치솟는 재룟값에 겨울철 밥상 차리기가 두려워지는 상황이다. 정부가 이날 예정에 없던 `민생물가 점검회의`를 긴급하게 열어 대응 방안을 발표한 이유다. 다음 달 안으로 `김장채소 수급 안정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특히, 배추의 경우 정부가 보유한 가을철 재배 물량을 생육 전 조기 출하하기로 했다. 또한 10월 초로 예정된 수출김치용 배추 600톤(t)의 수입 시기도 이달 말로 앞당길 예정이다. 식품업계에 대한 ‘경고성 발언’이 있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최근 들어 라면 등 가공식품 가격 인상이 줄줄이 이어지면서 국민 우려가 커지자 진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정부는 농림축산식품부의 식품물가 점검반을 통해 가격 동향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부당한 가격 인상이 있을 경우 담합 등 불공정 행위 여부를 소관부처와 공정거래위원회가 합동 점검한다는 방침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금도 많은 경제 주체들이 물가 상승 부담을 감내하고 있는바, 가공식품 업계에서도 생산성 향상 등을 통해 인상 요인을 최소화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정부 입장에서는 식료품뿐 아니라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 인상이 예고돼있다는 점도 부담스럽다. 한국전력은 오는 10월 전력량요금(기준연료비)을 킬로와트시(㎾h) 당 4.9원 인상할 예정이다. 이는 지난해 말 정부가 연료비 상승을 고려해 올해 4월, 10월 기준연료비를 ㎾h당 4.9원씩 인상하기로 결정한 데 따른 것이다. 기준연료비가 4.9원 상승하면 4인 가구 전기요금 부담은 월 평균 전력 사용량(307㎾h)을 기준으로 한 달에 약 1504원(부가세 및 전력기반기금 제외) 오르게 된다. 아울러 정부는 같은 달인 10월 도시가스 요금을 올리기로 하고 세부 인상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이미 지난달 전기·가스·수도 요금은 전년보다 15.7% 상승한 바 있다. 이는 2010년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대 상승 폭을 기록한 지난 7월과 같은 수준이다. 전기료(18.2%), 도시가스(18.4%), 지역 난방비(12.5%), 상수도료(3.5%) 등이 모두 뛰었다. 최근 연일 연고점을 경신하고 있는 원·달러 환율도 물가 상승세를 부추길 가능성이 있다. 지난 15일 환율은 1393.7원에 마감하면서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3월 이후 13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한 바 있다. 추 부총리는 “상황이 추가로 악화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늦어도 10월 이후 점차 물가 여건이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여전히 분야별로 물가 불안 요인들이 잠재돼 있어 한시도 경계감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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