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은행에 확인해 봤는데 청약통장 금리가 생각보다 낮았습니다. 당첨되기도 쉽지 않고 분양가도 너무 높은데 굳이 돈을 묶어가며 청약통장을 유지할 필요가 있나 싶어서 해지를 고민 중입니다.”(인천 거주 예비청약자 A씨)
“그동안 서울 및 경기 남부 지역 위주로 신혼집을 알아보고 있었는데 이제는 그냥 구축 아파트를 사는 게 더 나을 것 같습니다. 최근 물가상승 때문에 맞벌이 소득을 합치면 청약 조건을 맞추기도 힘든데 분양가는 너무 높습니다. 일반 직장인은 청약이 당첨되더라도 잔금을 치르기가 어렵습니다.” (서울 거주 예비청약자 B씨) 내 집 마련의 필수품으로 여겨지던 청약통장의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다. 최근 금리인상의 여파로 집값은 떨어지는데 반해 분양가는 점점 오르다보니 청약 자체에 대한 수요가 줄고 있는 것이다. 또 최근 치솟고 있는 시중은행 예·적금 금리에 비해 청약통장의 이자가 높지 않다는 점도 작용하고 있다. 27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전국 주택청약종합저축 전체 가입자 수는 2700만3542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2701만9253명)에 비해 1만5711명 감소한 수치다. 전국 단위의 가입자 수는 두 달째 감소세를 이어오고 있다. 지난 2009년 통장 출시 이후 매번 상승세를 보이다가 올해 7월 말 사상 첫 감소세를 보였는데, 지난달에 또 다시 줄어든 것이다. 특히 서울지역의 경우 지난 6월부터 세 달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5월 625만5424명에서 △6월 625만1306명 △7월 624만4035명 △8월 623만8313명으로 감소한 것이다. 5대 광역시의 가입자 수도 지난 5월(531만1330명)에 비해 각각 같은 기간 1422명, 4733명, 7451명씩 큰 폭으로 줄어들면서 석 달째 감소했다. 인천·경기는 8월 기준 881만3062명으로, 지난 6월부터 3637명, 3675명씩 줄어 두 달째 감소세를 기록했다.
반면 기타지역(8개도 및 세종특별자치시)의 경우 가입자 수가 7월 665만3306명에서 8월 665만4443명으로 유일하게 늘어났다.
이처럼 청약통장 가입자 수가 점점 줄고 있는 현상은 최근 금리인상 기조로 인한 청약시장 한파와 더불어 청약통장 자체의 실효성에 의문이 생겼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먼저 지난 7월과 이달 기본형건축비가 연속으로 상승하면서 앞으로 공급되는 아파트 단지의 분양가는 점점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집값 하락세는 점점 더 가팔라지고 있어 청약에 당첨되더라도 ‘로또’와 같은 집값 상승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워 졌다.
실제 부동산 전문 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민간 아파트 청약 경쟁률은 2.8 대 1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17.3 대 1)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 이에 따라 서울은 물론 GTX 호재 지역에서 진행된 신규 청약들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조여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