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1일 우리나라의 주력 제품인 반도체 수요 둔화로 수출이 부진하면서 경기 회복세도 둔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소비 반등에 따라 내수 경기가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주요국 통화 긴축, 중국 성장률 둔화 등 대외 불확실성이 여전히 큰 상황이다. KDI는 이날 발표한 ‘10월 경제동향’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내수가 일부 개선됐으나, 대외 여건 악화에 따른 수출 부진으로 경기 회복세가 약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수출에 대해서는 “글로벌 경기 둔화로 인해 점차 부진한 모습”이라고 했다. 실제로 지난 9월 수출은 전월(6.6%)보다 낮은 2.8%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무역수지도 37억7000만 달러 적자를 냈다. 지역별로는 대(對)미국 수출(16.0%)이 높은 증가세를 유지했지만, 중국(-6.5%)으로의 수출은 감소세를 지속했다. 품목별로 보면 반도체(-5.7%)의 하락세가 이어졌고, 태풍 수해에 따른 생산 차질로 철강(-21.1%)도 큰 폭 감소했다. 수출 가격뿐 아니라 물량도 쪼그라드는 중이다. 지난 8월 하루 평균 수출물량지수은 0.7%로 전월(7.4%)보다 줄었고, 지난 5월(-1.5%)에는 마이너스를 기록한 바 있다. 글로벌 경기 둔화로 국내 제조업도 침체됐다. 8월 전산업 생산(계절조정)은 전월 대비 0.3% 감소하면서 2개월 연속 하락했다.  세부적으로 광공업 생산이 1.8% 줄었는데, 반도체(-14.2%), 화학제품(-5.0%) 등이 부진했던 것으로 집계됐다. 반도체의 경우 2008년 12월(17.5%) 이후 13년 8개월 만에 가장 큰 감소 폭이다. 앞으로의 경기를 예고하는 선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99.3으로 0.2포인트(p) 감소하면서 2개월 연속 내림세를 보였다. KDI는 ”반도체 수요 둔화로 인해 가격이 하락하고 수출도 감소하는 등 부진한 모습”이라며 “중국 경기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미국 통화 긴축 기조가 강화되면서 경기 하방 위험이 확대됐다”고 전했다. 그래도 최근 들어 소비가 반등세를 보이는 점은 긍정적이다. 8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4.3% 증가했고, 같은 기간 서비스업 생산도 1.5% 상승했다.  9월 소비자심리지수는 91.4로 전월(88.8)보다 소폭 뛰었다. 투자 지표도 호조세를 보였다. 8월 설비투자는 기계류와 운송장비 모두 대폭 증가하면서 전월과 비교해 8.8% 늘었다. 이미 이뤄진 공사실적을 나타내는 건설기성(불변)은 토목(17.0%), 건축(1.4%) 공사 실적이 늘면서 5.0% 상승했다. 고용 상승세도 이어지고 있다. 8월 취업자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80만7000명 늘었다. 고용률(계절조정)은 전월보다 0.1%p 상승한 62.3%를, 실업률은 0.4%p 하락한 2.5%를 기록했다. KDI는 “대면 서비스업은 생산과 고용이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양호한 모습을 지속했다”며 “자동차 부품 수급이 완화되면서 자동차 생산과 출하가 큰 폭으로 증가하고, 이에 따라 내구재 소비가 일부 반등했다”고 분석했다.  물가는 하반기 경제에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최근 소비자물가는 국제유가 하락에도 개인 서비스 가격을 중심으로 높은 상승세를 지속하는 중이다.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6%이며, 물가의 기조적 흐름이 반영된 근원물가(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도 4.1%의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미국이 정책금리 인상에 속도를 붙이면서 금융시장도 불안정한 모습이다. 9월 국고채 금리(3년물)는 4.19% 뛰었고, 원·달러 환율은 9월 말 기준 1430.2원으로 집계됐다.  또한 종합주가지수는 전월 말(2471.1)과 비교해 12.8% 하락한 2155.5를 기록했다. KDI는 “시장 불확실성이 일부 확대되고 있으나, 금융시스템의 불안정으로 이어지지는 않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조여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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