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11일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조선은 안에서 썩어 문드러져 망했다’고 발언한 것을 두고 “친일 앞잡이들이 설파했던 주장”이라며 맹폭을 가했다.
오영환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대책 회의 후 취재진과 만나 “정 비대위원장의 발언과 그 안에 담겨 있는 인식은 일제가 제국주의로 조선에 침략할 당시 명분으로 삼았던 전형적인 식민사관의 언어”라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정 비대위원장은 이날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한미일 합동 군사훈련을 반대하는 것을 두고 “조선은 왜 망했을까. 일본군의 침략으로 망한 걸까. 조선은 안에서 썩어 문드러졌고, 그래서 망했다”고 반박했다.
오 원내대변인은 이를 두고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다시금 그런 언어가 사용될 거라고 생각 못했다”며 “제국주의 일제의 침입을 정당화했던 이완용 같은, 친일 앞잡이들이 설파했던 그런 주장들을 여당 대표 입에서 듣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본 자위대가 아닌 일본 해군이란 표현에 제대로 항의도 못 하는 정부 여당을 보면서, 이러다 일본 평화 헌법 개정에 동의하는 거 아니냐는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우리 정부가 앞장서 일본 군대를 인정하고 한·미·일 삼각 군사동맹으로 가려는 의도를 가진 건 아닌지, 명명백백히 밝혀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의 규탄 발언은 회의 중에도 쏟아졌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열린 긴급 안보 대책 회의에서 “정 비대위원장은 야당 대표를 공격하기 위해 조선이 일본군 침략으로 망한 게 아니라며, 일제가 조선 침략의 명분으로 삼은 전형적인 식민사관을 드러냈다”고 말했다. 이어 “귀를 의심케 하는 천박한 친일 역사 인식이며 집권 여당 대표로서 역대급 망언”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의 굴욕적 정상외교에 이어 집권세력의 굴종적 대일관을 드러낸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강민정 의원은 “우리나라는 36년 동안 일본의 식민지 지배를 당했고 현재도 독도 문제로 영토 분쟁을 겪는 상황”이라며 “여당 비대위원장은 일본군의 침략으로 조선이 망한 게 아니라는 역사적 충격 발언까지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자주적 전시작전권을 갖지 못한 상태”라며 “만에 하나 전쟁 상황이 발생하면 수십만 젊은 군인, 5000만 국민이 불행의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용기 의원도 “정부 여당이 할 일은 대일 외교다. 원칙을 분명히 천명하고, 원칙 있는 외교를 통해 친일 논란을 불식시키는 것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제발 자중하길 바란다”며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말했다.
전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도 “민족의 독립을 위해 싸웠던 우리 조상들의 희생과 헌신을 허무하게 만드는 충격적 주장을 어떻게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그것도 여당의 최고 수장이 할 수 있는 말인지 충격에 입을 다물 수 없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한편 천준호 의원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뼛속 깊이 자리한 친일 세계관은 숨길 수 없다”며 “(정 비대위원장의) 인식은 일제의 식민지 지배와 수탈을 정당화한다. 결국 일본의 평화헌법 폐기와 군사 대국화에 대한 지지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성주 의원도 “내 눈과 귀를 의심한다”며 “이런 왜곡된 역사관을 가진 분이 어떻게 대한민국의 국회의원이 되고 국회 부의장을 하고 정당 대표가 됐을까”라고 반문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뿌리 깊은 제국주의 사관을 척결하기 위해 국회의원 공천 절차에 한국사 교육을 반드시 추가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