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하는 동안 학원 네 개를 다녔는데 그중 세 개는 끝났거든요. 오늘 다섯 시에 마지막으로 학원 다녀오면 수능이 실감 나지 않을까요” 16일 오후 12시50분께 대구시 수성구 범어동 경신고등학교. 정문에는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대구광역시교육청 24지구 제07시험장’을 알리는 현수막이 크게 걸려 있었다. 예비소집은 학교 대강당에서 오후 1시부터 진행됐다. 강당에 들어온 한 수험생은 “죄송한데 수능 접수증을 잃어버렸으면 어떻게 해야하냐”며 곤란한 얼굴로 학교 관계자에게 말을 건네기도 했다. 이윽고 예비소집이 시작됐고 한 선생님은 앞으로 나와 수험생 유의사항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늦게 온 수험생들은 자리를 찾지 못해 강당 귀퉁이 바닥에 앉아 수험생 유의사항을 경청했다. 빠른년생으로 두 번째 수능에 임한다는 김현수(19)군은 “고등학교 3년 동안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았지만 재수 1년은 열심히 했는데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몰라서 조금 불안하기도 하다”며 “재수하는 동안 학원 네 개를 다녔는데 그중 세 개가 끝났다. 오늘 다섯 시에 마지막으로 학원 다녀오면 수능이 실감 나지 않겠냐”며 미소를 지었다. 수능날 도시락에 어떤 반찬 준비할 것이냐는 질문에 정현빈(19)군은 “평소 자주 먹는 제육볶음이랑 김치 등을 준비할 것”이라며 “간호학과나 경찰행정학과 쪽으로 진학하고 싶다”며 원하는 학과를 말하기도 했다. 수험생 아들과 함께 시험장을 둘러보던 양향순(50·여)씨는 “이번에 수능 보는 애가 첫째 애인데 세월호, 코로나 등을 겪은 세대라 안됐다는 생각을 한다”며 “그동안 많이 준비하고 열심히 한 만큼 모든 아이들이 원하는 대학에 갔으면 좋겠다. 파이팅”을 외쳤다. 같은 시각 대구시교육청 제24지구 제20시험장인 대구경일여자고등학교. 낮 12시가 지나자 편안한 옷차림과 마스크를 쓴 대구경일여고 3학년 학생들과 재수생 등이 짝을 이뤄 학교 안으로 들어갔다. ‘수능 한파’가 기승을 부리지는 않는 따뜻한 날씨에 수험생들은 가벼운 옷차림으로 예비 소집에 참석했지만 얼굴엔 긴장감과 초조함이 가득했다. 학교에 도착한 수험생들은 먼저 자신의 수험표를 보며 시험실 배치도를 확인했다. 정문 앞에선 학교 교사들이 학생들을 격려하며 수험생들을 안내했다. 아직 도착하지 못한 친구를 기다리며 사진을 찍고 있던 학생들도 간간이 보였다. 김충하(28) 대구경일여고 교사는 “다들 조금만 더 힘내고 남은 시간도 잘 준비해 좋은 결과 있었으면 좋겠다”고 학생들을 응원했다. 김지 원(30) 교사도 “모든 수험생이 준비한 만큼 정말 정말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학생들에게 격려의 마음을 전달했다. 친구들과 같이 온 수험생들은 삼삼오오 모여 “우리 모두 실수하지 말고 좋은 성적 거두자”며 서로 격려했다. 대구경일여고 김효인(19)양은 “너무 떨린다”며 “평소 준비한 대로 좋은 성적을 거두면 좋겠다”고 말했다. 친구인 이가윤(19)양도 “많이 긴장된다”며 “실수 없이 평소에 했던 것만큼 편안하게 잘 치면 좋겠다”고 긴장된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대구교육청 제24지구 제4시험장인 대구 청구고등학교. 낮 12시가 되자 청구고 3학년 학생들과 재수생 등은 편한 복장으로 교문 안으로 들어섰다. 교사들은 교문 안 시험장 설치 상황표 근처에서 재학생과 재수생 등에게 수험표를 배부하며 시험 장소를 확인했다. 수험생들은 시험장 상황표 앞에 삼삼오오 모여 초조한 표정으로 서로의 수험표를 비교했다. 청구고 3학년 조정민(19)군은 “국어 과목이 첫 과목이라 첫 단추를 잘 끼우면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재수생인 박종현(20)씨도 “작년에 국어가 어려웠는데 올해도 어려울 것으로 예상돼 너무 긴장된다”며 “국어만 잘 치면 좋은 성적을 받을 것 같다”고 말했다. 청구고 손종민 교사는 “이번 수능을 치르는 재학생들은 비대면 수업으로 3년간 교육받은 학생들이기 때문에 학습 결손이 걱정된다”며 “올해는 재수생 수가 역대 최고라고 들었는데 재학생들이 상대적으로 재수생들에게 밀릴까봐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수능 당일 대구지역 시험장 49곳에서 수험생 2만4362명이 시험을 치를 예정이다. 시험장은 지난해보다 35개 줄어든 1127개며 전년 대비 수험생도 800명이 감소했다. 수험생들은 시험 당일 오전 8시10분까지 시험장의 교실에 입실해야 한다. 시침과 분침이 있는 아날로그 시계를 제외한 모든 전자제품은 시험실 반입이 금지되며 반입금지 물품을 소지하면 부정행위로 간주한다. 반입금지 물품은 휴대폰, 태블릿PC 외에도 전자담배, 스마트워치, 통신 기능이 있는 에어팟, 갤럭시버즈 등 무선 이어폰 등이다. 대구교육청은 시험장 방역을 강화하는 등 코로나19에 대해 철저하게 대비했다. 일반 시험실과 유증상자를 위한 시험실을 분리했다. 재택 치료자를 위한 시험장, 입원 치료 수험생을 위한 병원 시험장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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