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이태원 참사 책임을 물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내달 2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고 밝히자 국민의힘은 “국정조사 합의 파기”라며 반발에 나섰다.
내년도 예산안 처리 후 국정조사를 통해 책임 소재를 가리기로 합의한 상황에서 이 장관에 대한 파면 요구는 정당성과 명분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대한민국이 어떻게 되든지 국민의힘과 윤석열 대통령이 잘하는 꼴은 못 보겠다는 심사”라며 “이걸 하겠다는 건 법정 예산 처리 기간을 지키지 않겠다는 선포나 다름 없다”고 비판했다.
주 원내대표는 “정권이 바뀐 후 민주당 행태를 보면 몽니와 갑질, 힘자랑, 이재명 방탄, 대선 불복 4개의 키워드로 모두 읽을 것 같다”며 “사사건건 발목을 잡고 정부가 잘하는 골, 잘되는 꼴을 못 보겠다는 심사”고 했다.
이어 “세월호 사건 수습과 처리 과정에서 민주당이 주도적인 역할을 해 무려 9차례나 진상조사를 했고, 2200억원에 가까운 돈이 들어갔다”며 “외 외유성 출장, 축구시합 동호회, 북한 신년사를 연구하는 데 그 돈을 다 썼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치권이 머리를 맞대고 풀어도 모자랄 판에 불과 3일 전 합의해놓은 ‘예산처리 후 국정조사’를 깨면서 국정조사 결론도 나기 전에 책임을 묻는 이런 일을 하고 있다”고 거듭 비판했다. 주 원내대표는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이 장관 해임건의안을 처리할 경우 국정조사를 보이콧 할 지에 대해 “국정조사 합의 정신을 깬 것은 틀림없지만 어떻게 대응할지는 민주당이 하는 조치를 보고 차차 당의 입장을 정하겠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주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비공개로 3선 이상 중진의원들을 불러 민주당의 이 장관 해임건의안 제출에 따른 국정조사 보이콧 여부 대응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당권주자들도 비판 대열에 가세했다. 4선 중진 김기현 의원은 페이스북에 “민주당은 애초부터 이태원 사고 진상규명에 관심이 없고, 오로지 윤석열 정부를 흠집내고 흔들려는 목적에만 매달려 왔다”며 “그런 목적의 국정조사는 중단돼야 한다”고 말했다
권성동 의원도 “진상규명을 명분으로 국정조사를 몰아붙였지만 장관 해임부터 물고 늘어지는 건 명백한 자기 부정”이라며 “민주당이 정치적 기행을 부리는 이유는 이재명 대표의 범죄 혐의로 향해있는 국민적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려보려는 과잉액션”이라고 질타했다.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소속 여당 의원들은 ‘위원직 사퇴’를 언급하며 국정조사 보이콧를 시사했다.
국조특위 위원인 전주혜 의원은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와의 인터뷰에서 “국정조사를 시작하기도 전에 민주당이 이 장관 해임 요구를 하는 것은 책임 여부가 ‘답정너’라는 식”이라고 날을 세웠다.
그는 “(민주당이) "제대로 된 국정조사를 하겠다는 마음가짐이 있었다면 이렇게 나올 리가 없다. 국정조사를 민주당을 위한 정치공세로 이용하려는 속내가 너무나 빨리 드러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민주당이 해임건의안을 발의하면 아마 저 스스로도 국조특위를 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협치의 정신을 살려서 국조특위를 하기 위해선 진상규명을 한 다음에 책임소재를 물어야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의 해임건의안 예고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당 밖에서도 나왔다.
김재원 전 최고위원은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국정조사를 받자마자 해임 요구를 하고 더구나 ‘파면’이라는 용어를 써서 선출직에게 요구하는 건 조금 부당하다”고 말했다. 그는 “무슨 참사가 나면 한 사람 또는 그 관계되는 사람에 대해 이런 식으로 계속 나간다면 과연 나라가 존재하겠느냐”며 “그 분을 한 번도 만나본 적도 없고, 전화 통화도 한 적이 없지만 지켜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이 장관을 두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