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예산안을 둘러싼 여야의 힘겨루기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 ‘국민 감세’를 전면에 내세우며 프레임 전환에 나서고 있다.
기존에 앞세웠던 ‘초부자 감세 저지’는 정부 안을 반대하는 것이기 때문에 ‘발목잡기’ 프레임에 빠지기 쉽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국민감세’는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는 게 민주당의 판단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 11일 의원총회에서 “비록 예산에 대해선 감액밖에 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세입에 관한 예산 부수 법안에 대해서는 충분히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며 “서민예산 증액은 못해도 서민 감세는 처리 가능하다”고 밝혔다.
또 “원내에선 주로 법인세 초부자 감세를 막기 위해 노력하고 중소, 중견기업 법인세 부담은 줄이려 노력했다”며 “이를 좀 더 확대해 다른 분야 서민 생계에 도움이 될 감세안을 추가로 더 만들었다”고 했다.
이 대표는 지난 12일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초부자 감세가 아니라 국민 감세를 해 나가겠다”고 재차 밝혔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도 “소수 초부자 감세가 아닌 다수 국민 감세 추진으로 복합경제위기 속에 고통이 큰 중소기업과 국민들의 부담을 덜어드리겠다”고 힘을 보탰다.
민주당은 기존에 내년도 예산안 관련 기조로 ‘초부자감세 저지’와 함께 ‘민생예산 증액’을 내세웠다.
하지만 민주당이 초부자감세의 대표격으로 지목한 법인세 관련 협상이 난항을 겪으며 정부의 동의가 필요한 민생예산 증액이 요원해졌다.
이에 정부의 동의가 필요하지 않은 국민감세를 대신 꺼내든 것이다.
민주당 원내관계자는 “예산 증액은 국회의 권한이 아니지 않나. 하지만 예산부수법안으로 틈새가 살짝 열린 것”이라며 “민생 예산 증액은 정부 동의가 필요했지만 이번 부수법안 수정으로 (기회를) 스스로 창출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생예산 증액은 아니지만 보편적으로 과세되는 세금을 인하하는 법안을 통해 실질적인 민생예산 증액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어떤 것을 막는다는 것에는 국민들이 감흥을 느끼지 못한다”며 “나한테 무엇을 줄건지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초부자감세 ‘저지’라는 네거티브 프레임에서 서민감세 ‘추진’이라는 포지티브 프레임으로 전환하겠다는 계산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관계자는 “수정안에 대한 성격 규정을 하는 것”이라며 “초부자감세 저지라고 하면서 정부 예산을 발목잡는 게 아니라 이게 더 낫다고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또 “초부자감세는 반대를 해야하는 네거티브 이슈라면 국민감세는 필요한 포지티브한 메시지가 되는 것”이라며 “이건 안된다고 하면 발목잡기 프레임에 빠지는데 ‘이걸 하자’는 것은 당위성을 관철하는 포지티브”라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이에 맞춰 내년도 예산안 단독 수정안을 준비 중이다. 김성환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민감세안 관련 기자간담회를 열고 법인세 인하·종합소득세 과세표준 구간 조정·월세 세액 공제 상향 등의 계획을 밝혔다.
법인세와 관련해서는 연 2억원 이상 5억원 이하의 이익을 내는 중소·중견기업의 세율을 현행 20%에서 10%로 낮추는 안을 마련했다.
종합소득세와 관련해서는 6% 세율이 적용되는 과세표준 구간을 1200만원 이하에서 1500만원 이하로 상향하고 15% 세율이 적용되는 과세표준 구간을 4600만원 이하에서 5000만원 이하로 조정할 계획이다. 월세에 대해서는 “정부안은 12%까지 조정하는 것인데 저희는 15%까지 상향조정하려고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