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세를 보이며 올들어 처음으로 20%대를 기록했다. 대통령실은 한일 셔틀외교 복원, 미국 국빈방문,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로 이어지는 외교 이벤트로 국정 동력을 살려나갈 수 있을 거로 내심 기대했으나 아직은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오히려 연이은 돌발 악재에 고심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미국 국빈방문을 계기로 전환점을 만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 尹 지지율 5개월 만에 20%대로 털썩
한국갤럽이 지난 11~1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 국정 지지율은 한 주 전보다 4%포인트 하락하며 27%를 기록했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반면 부정평가는 같은 기간 4%포인트 늘어 65%를 기록했다. 지난해 11월 3주차(29%) 조사 이후 5개월 만의 20%대 지지율이다.
갤럽은 “3월 둘째 주부터 지난주까지 대통령 직무 긍정·부정 평가 이유 양쪽에서 일본·외교 관계가 최상위를 차지했는데, 이번 주는 공통되게 일본 비중이 줄고 외교 관련 언급이 늘었다”며 “이는 최근 알려진 미국의 동맹국 도감청 정황, 우리 정부의 대응 등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고 밝혔다.
CIA의 한국 대통령실 도감청 의혹에 관한 뉴욕타임스의 최초 보도가 있었던 것은 지난 8일(현지시간)로, 이번 조사가 도감청 논란에 따른 여론 변화를 처음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관련 파장이 지지율 하락에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난 14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항상 민심은 겸허하게 보고 있다”며 “민심에 대해서는 늘 귀를 열고 겸허하게 받아들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여론조사를 어떨 때는 참고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며 “하루에 나온 여론조사가 오차 범위 넘게 다르면 어떤 조사를 믿어야 하는지 의구심이 가는 경우가 많고, 질문지 구성 등이 과학적 방법인가에 대해 의문성을 갖는 경우도 많아서 참고할 경우도 있고 아닌 경우도 있다”며 신뢰도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 기대했던 외교 이벤트, 성과는 아직
대통령실은 지난달 중순의 윤 대통령의 일본 방문을 12년간 중단된 한일 셔틀외교 복원 등 미래지향적 관계를 위한 첫발이라는 점에 의미를 부여했다.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제3자 대위변제 해법을 놓고 저자세 외교 비판이 일었으나, 관계회복을 위한 선제적 결단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먼저 손을 내밀었으니 일본이 호응해 올 거라는 기대도 드러냈다.
그러나 상황은 기대와 달리 흘러갔다. 당장 한일 정상회담에서 독도 문제와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금지 등에 관한 입장 표명이 있었다는 식의 일본 언론 보도가 나왔고, 이는 윤 대통령의 대응이 적절했는지에 관한 공방으로 흘러갔다. 여기에다가 일본이 교과서 검정, 외교청서 등을 계기로 독도 영유권 억지 주장을 더욱 노골화하면서 일본 방문에서 얻은 것 없이 내어주고만 왔다는 비판 여론이 커졌다.
4월 하순으로 예정된 윤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도 준비 과정에서 ‘블랙핑크 공연 제안 보고 누락’ 등 잡음이 나면서 부정적 여론을 키웠다. 국가안보실 외교비서관과 안보실장을 모두 교체하면서 파장이 일단락되는 듯했으나, CIA 도감청 의혹이 터져나왔다.
12년 만의 대통령 국빈 방미에서 한미동맹 70주년을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지를 논하며 국정 동력을 살려나갈 수 있을 거라는 기대와 달리 연이은 논란을 수습하는 데 시간을 보내야 했다.
▣ 국빈방미 가시적 성과 나올까
한미 양국은 윤 대통령의 국빈 방미를 계기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사이버 안보 협력에 관한 별도 문서를 채택하기로 하고 막바지 조율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아 상호방위조약의 지리적 공간적 범위를 우주 공간까지 확장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관련 협의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주목되는 의제 중 하나는 미국의 대북 확장억제 강화 공약을 뒷받침할 구체적인 이행 방안 마련 여부다. 핵 관련 정보 공유, 미 전략자산의 상시배치에 준하는 한반도 전개 등을 놓고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다만 ‘한반도 비핵화’를 원칙으로 하고 있는 미국이 신중한 입장인 것으로 알려져 정상회담 전 사전 논의에서 진전이 있을지는 끝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