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본 M&A를 통해 인수한 회사의 자금 약 155억원을 횡령하고 약 1800억원 상당의 불법 외환거래에 가담한 혐의로 에이티세미콘 대표이사 등 임직원 3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대구지검 반부패수사부(부장검사 이일규)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등 혐의로 코스닥 상장사 에이티세미콘 대표이사 A(54)씨와 부사장 B(57)씨, 대외협력부장 C(44)씨 등 3명을 구속기소했다고 10일 밝혔다.
에이티세미콘이 발주한 공장의 공사 시공업체 D회사의 실운영자 E(53)씨는 해외도피 중이다. 현재 체포영장이 발부됐으며 추적 중이다.
2019년 3월부터 2020년 2월까지 시공업체에 교부한 공사대금을 돌려받아 개인채무 변제, 개인사업 등에 임의로 사용하는 등 회사자금 등 약 80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2019년 6월부터 같은 해 12월까지 개인 리조트 공사대금을 회사자금으로 지급하는 등 약 35억원 횡령한 혐의와 2018년 4월 장비를 구입한 사실이 없음에도 장비구입 대금 명목으로 회사자금을 지급한 후 이를 돌려받아 채무변제에 사용하는 등 약 40억원을 횡령한 혐의도 받고 있다.
2021년 9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에이티세미콘 일본지사를 통해 국내에서 1800억원 상당 가상자산 거래하며 금융정보분석원장에게 가상자산거래업 신고하지 않은 혐의도 받고 있다.
▣불법 외화송금 수사 중…드러난 코스닥 상장사 관련 범행
9조원대 불법 외화 송금 사건 수사 중이던 검찰은 외화송금사건의 일본 측 공범 F씨가 에이티세미콘의 일본지사 총괄매니저 직함으로 가담한 사실을 확인하고 에이티세미콘 관여 여부 등에 대해 수사에 나섰다.
검찰은 F씨가 에이티세미콘 일본 지사뿐만 아니라 한국 본사 정식 직원으로 채용돼 급여를 받았고 매월 일본 지사를 통한 가상자산 사업에 대해 한국 본사에 보고한 다음 한국 본사로부터 관련 비용까지 지급받은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검찰은 범행 자금원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A씨 등이 에이티세미콘을 무자본 M&A로 인수한 후 인수자금 상환 등을 위해 회사자금을 횡령한 것으로 보고 있다.
▣M&A 후 경영지표 악화…흑자기업에서 적자로 전환
A씨가 경영권을 장악한 직후부터 에이티세미콘은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자본잠식률 등 모든 경영 지표가 급속도로 악화돼 불과 3년만에 39억원의 흑자기업에서 385억원의 적자 기업으로 전락했으며 자본잠식률은 2018년 5%에서 2021년에서 195%까지 치솟았다.
피고인들의 기업사냥은 지난해 10월 주력 사업부문 매각, 올해 1월 주요 자산 처분 등 소위 ‘EXIT’ 단계에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유착된 공사업체와 계약을 체결하고 부풀린 공사대금을 돌려받는 등 다양한 수법을 회사자금 횡령에 동원하거나 여러 단계 차명계좌를 거쳐 수표로 인출한 횡령금을 이른바 ‘명동 사채업자’에게 건네고 현금으로 돌려받는 수법 등으로 자금을 세탁한 것으로도 보고 있다.
무자본 M&A를 통한 횡령 등의 범행은 자본시장의 건전성 및 투명성에 대한 일반투자자들의 신뢰를 심각하게 침해하고 주식거래에 참여한 불특정 다수의 투자자들에게 예측하지 못한 손해를 가하는 것으로 경제질서를 훼손하고 자본시장의 유지·존속을 위한 토대를 흔드는 중대범죄행위라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다.
대구지검 관계자는 “이들의 자본시장교란행위 기타 여죄 유무에 대해 계속 수사하겠다”며 “불법 외화송금 사건과 관련해 불법 사항이 추가적으로 확인될 경우 엄정히 수사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