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22일 전세사기 피해대책 특별법 합의안을 도출한 것을 두고 ‘성과’ 자랑을 이어갔다. 시급한 민생입법 과제임에도 ‘네 탓’ 공방을 이어가며 결론 도출이 늦어진 상황에 서로 ‘내 덕’ 홍보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야는 이날 오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토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을 위한 특별법(특별법) 합의안’을 내놓았다. 4시간 가까이 이어진 논의 끝에 야당 단일안과 정부 수정안을 조율한 대안에 합의했다. 이달 1일 논의가 시작된 이후 다섯 차례만에 나온 것이다.
합의안에는 △적용 대상 보증금 기준 5억원으로 상향 △피해자 대상에 이중계약·신탁사기 등 포함 △주택도시보증공사(HUG) 경·공매 대행 지원…정부가 비용 70% 부담 △피해자 우선 매수권 △LH 공공임대 제도로 사기 피해매물 우선 매입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에 피해자 단체는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앞세웠다. 이들 관련 시민단체들은 논평을 통해 “합의된 특별법안은 정부·여당이 제출한 안의 문제가 제대로 해소되지 못한 것”이라며 △피해자 선별로 범위 축소 △선 구제 후 회수 등 적극 구제 대책 미비 △‘빚에 빚 더하기’로 세입자에 책임 전가 등을 지적했다.
그럼에도 여야는 합의안 도출을 위한 성과 앞세우기에 바쁜 모양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야당과 심도 있게 논의하며 국민께서 납득할 수 있는 수준에서 최선의 지원 조치를 이끌어냈다”고 자평했다.
윤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지난달 27일 특별법 제정안을 발의하고 오늘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야당과 심도 있게 논의하며 국민께서 납득할 수 있는 수준에서 최선의 지원 조치를 이끌어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윤 원내대표는 “피해자 지원이 부족하다는 의견과 오히려 과하다는 비판이 상존하나 국회에서 심도 깊은 논의 끝에 여야 합의로 진행되는 만큼 25일 본회의에서 특별법이 통과되도록 야당과 초당적으로 협력하겠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법안 통과 이후 피해자 지원이 신속 집행되도록 사전 준비에 최선을 다해달라”고도 했다.
성과 과시는 민주당도 마찬가지였다.
김민석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종합적으로 말씀드리면 절벽 같은 태도 보이는 정부·여당 앞에서 정말 힘든 협상을 했다. 최선의 노력을 했지만, 결과에 아쉬움이 있다. 그러나 더 계속해 노력하겠다는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김 의장은 “복기해 보면 3당 정책위의장 만남이 있을 때만 해도 특별법이 없었다. 그것을 특별법이 있는 상태로 만들어 내기까지 참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는 “피해자 범위도 매우 좁았다. 피해자 범위를 현실 피해대상자까지 최대한 포함시키기 위해 최대한 노력했다는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맹성규 민주당 전세사기대책특별위원장은 “정부가 제시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 매입임대나 우선매수권 외에 제3의 방식으로 저희 당에서는 채권 매입을 통한 선 보상 후 구상이라는 원칙을 주장했다. 정부에서 받아들이지 않아 최우선변제금 제도를 대안으로 제시했고, 그나마도 정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정의당 전세사기·깡통전세 대책 특별위원장을 맡고 있는 심상정 의원은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특별법이 오늘 통과됐다. 그러나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폭넓게 지원하는 법을 만들고자 애를 썼지만 최선의 법안을 만들지 못해 죄송스럽고 안타깝다”고 밝혔다.
심 의원은 “저와 정의당은 지난 4월 발의한 피해자 지원 특별법을 통해 보증금 채권 매입을 통한 포괄적 선 구제 후 회수 방안을 큰 원칙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정부는 이를 끝내 수용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래서 저와 정의당이 수정안으로 제시한 것이, 각 피해유형별로 적용될 수 있도록 우선매수권, LH 매입, 조세안분, 경공매 대행, 전세대출 채무조정 및 신용회복, 최우선변제 확대라는 여섯 가지 안을 제안했었다. 처음에는 무조건 반대하던 정부도 결국에는 여섯 가지 제안을 하나하나씩, 또 어떤 경우에는 우회적인 방식으로 모두 수용했다”고 전했다.
심 의원은 다만 “문제는 가장 중요한 핵심대책인 최우선변제금 지원 방안이 제대로 수용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심 의원은 “전세사기와 깡통전세는 정책실패의 결과다. 역대정부의 대출과 보증, 그리고 임대사업자에 대한 특혜는 무자본갭투기를 확산했고, 임대차 시장을 사기꾼들의 놀이터로 만들었다”며 “앞으로 깡통전세 확산을 예방하고 근절하기 위한 후속논의들이 추가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데, 정책실패를 인정하지 않는 정부의 태도가 계속해서 걸림돌이 될까 염려가 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