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에는 걱정이 돼 한숨도 못 잤다. 무서워 입맛도 없다.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산불이 진행 중인 24일 경상북도 의성군 안평면 삼촌리의 한 마을에 거주하는 김분숙(75·여)씨가 이같이 말했다.김씨의 주택 바로 뒤 야산에서는 자욱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고 소방 헬기가 분주하게 불을 끄고 있었다.야산의 불이 민가로 내려오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 소방대원들은 호수를 등에 지고 가파른 비탈길을 올랐다.주민들이 다 떠난 마을에서 밤을 새우며 산불전문예방진화대원을 도와 불을 끄고 있던 김씨는 "어제 오후 불이 꺼졌으나 밤에 갑자기 불이 살아났다"며 "꺼진 불도 다시 보라는 말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았다"고 전했다.의성에 거주하는 어머니가 걱정돼 대구에서 한걸음에 달려온 자녀와 사위들도 산불진화대원들을 도와 불이 민가로 내려오는 것에 대비하고 있었다.김씨의 딸인 권윤경(52·여)씨는 "전날 오후 엄마 집 뒤 야산에서 불이 꺼진 것을 보고 안심했지만 늦은 밤 주민으로부터 산에 불이 활활 타오르는 사진을 받고 걱정돼 달려왔다"고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설명했다.그러면서 "엄마 집에 도착했을 때 매캐한 냄새가 났고 연기가 자욱했다"며 "밤새도록 소방관분들이 집과 산에 물을 뿌리고 불이 민가로 번지지 않도록 신경 써 주셔서 큰 피해로 번지지 않았다"고 했다.이어 "상황실에서 오후가 되면 바람이 더 강하게 불 거라고 말해 걱정"이라고 밝혔다.안동시에서도 의성군 산불 피해가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현장을 찾았다.안동시 관계자는 "의성군에서 발생한 산불이 안동으로 넘어와 주민들에게 피해가 갈 수 있으니 예방 차원에서 현장을 찾아 산불 진화를 돕고 있다"고 말했다.지난 22일 경북 의성군 안평면 괴산1리에서 발생한 산불로 인해 주택과 사찰 등이 탔다.3일째를 맞은 의성군 산불의 진화율은 65%를 보이고 있다.현재 화선은 안평면 84.9㎞, 안계면 41㎞이다. 총 화선 길이는 125.9㎞, 산불영향구역은 6861㏊이다.당국은 이날 오전 6시30분부터 산불진화헬기 57대를 투입해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산불특수진화대, 공무원, 소방, 군부대 등 진화인력 2602명과 진화장비 318대를 투입했다.이번 산불로 322가구 609명이 의성실내체육관과 안동도립요양병원 등으로 대피해 있다.현재까지 인명피해는 없지만 시설물 94채가 피해를 입었다.박재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