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국 집배원들의 연이은 사망 소식에 실효성 있는 노동개선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집배원 건강과안전 심각하다
우정본부 산하 1만6000여명의 집배원은 장시간 노동과 과중한 업무부담 속에서 건강과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는 것이 노조 측의 주장이다.
우정본부는 지난해 1월 노조와 인력충원 등을 골자로 노사협약을 맺었으나 협약 이행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우정노조 관계자는 “집배원들의 긴 노동시간과 높은 노동 강도로 인해 오토바이 배달 사고는 물론 뇌졸중, 심근경색 등 뇌심혈관계질환의 위협에 노출됐으나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은 지지부진하다”며 “더 이상 집배원의 사고·사망을 방치하지 말고 우정본부의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은수미 민주당 의원도 “집배원의 사망재해가 매년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데 우정사업본부는 과로사인지 모르는 상황으로 인력부족 때문에 생긴 일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책임을 회피하려 하고 있다”며 “실효성 있는 대책을 강구하는 대신 안전교육이나 안전구호 외치기 등의 면피성 대책만 내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집배원 재해가 빈번히 발생하는 겨울이 다가오고 있는데도 아무런 대책 없이 동절기, 특히 설명절 특별기를 맞이한다면 또 다시 집배원의 안전과 생명은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며 “우정본부는 집배원의 안타까운 사망재해를 미담으로 포장하는 대신 재해 예방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우정노조는 9일 지방본부장단 회의를 열어 장시간 근로와 열악한 노동조건에 따른 각종 사고와 사망재해 예방을 위한 대책과 투쟁계획을 논의한다.
또 최근 한국노동연구원과 공동 연구한 ‘우정종사원 장시간 근로 및 일·생활 개선을 위한 연구용역’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아침 8시 출근 반 11시 퇴근
우체국 집배원노동자들이 우리나라 타 직업군 보다 더 심한 격무에 시달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명절이나 선거기간 전, 후와 같은 특별기간에는 하루 노동시간이 15.3시간에 달해 조속한 개선이 시급하다.
2일 노동자운동연구소가 발간한 `집배원노동자의 노동재해ㆍ직업병 실태 및 건강권 확보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집배원노동자는 주당 평균 64.6시간을 일하고 있으며, 비수기에는 하루 평균 10.8시간, 폭주기에는 13.1시간, 특별기에는 15.3시간을 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정규직 평균 근로시간인 42.7시간(2013.3. 경활부가조사)을 훨씬 초과하는 것이다.
또한 1년 52주 중 31주 동안은 하루에 평균 10시간 이상의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나머지 21주 동안은 하루에 13~15시간 씩 살인적인 노동시간을 감내하고 있다.
식사시간을 포함한 하루 휴식시간을 살펴봐도 비수기는 47.2분, 폭주기는 44.6분, 특별기는 37.3분에 머물러 시급한 처우개선이 요구된다.
이와 함께 집배원노동자의 경우 어깨, 허리, 다리ㆍ무릎 등 근골격계질환이 타 직업군에 비해 매우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개 이상의 부위에서 근골격계증상을 호소한 집배원이 74.6%였으며, 당장 의학적 치료가 필요한 질환의심자는 43.3%였다.
이런 겪무 탓인지 실제로 지난달 경기 용인 송전우체국과 충남 공주 유구우체국에서는 2명의 집배원이 각각 사고와 호흡곤란으로 근무 중 사망하기도 했다.
이에 집배원노동자의 건강 및 안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동자운동연구소는 집배원에 대한 과도한 물량 집중 문제 해결, 인력충원을 통한 노동시간ㆍ노동강도 완화, 우정노조 노동안전보건사업의 혁신 등을 제안한다.
노동자운동연구소 김동근 연구원은 "대부분의 집배원들은 아침8시에 출근해 밤11시에 퇴근할 정도로 과도한 격무와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는 실정"이라며 "이들의 생존권 보장을 위해서라도 정부의 빠른 실태조사와 함께 대규모 인력충원이 시급하다"고 말했다.